이 책 '자아 연출의 사회학'은 무려 1950년대에 쓰여진 사회학의 고전이다. 저자 어빙 고프먼은 이 책을 통해 과거에 집단간 연구에 머물러있던 사회학을 개인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까지 그 범위를 넓히게 되며, 그리하여 인간이 일상적인 삶 안에서도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마치 연극 공연처럼 자아를 연출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사실 우리는 여러 사회적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역할을 담당하지만 저자 이전에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주목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회라는 것에 대해 어떤 견고한 실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가 우리의 일상적 삶을 넘어선 견고한 실체라기 보다는 '지금,여기'에서 개인들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실현, 유지, 변형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개인이 배역 연기의 어느 한 부분에서 그릇된 인상을 보이면 관계 전체 또는 역할 전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결국에는 사회조직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한 개인의 자아 연출에서 시작해 결국은 사회 조직과 구조에까지 이르는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차후 인류학 및 심리학, 사회학, 조직학에 이르는 연구의 기초를 제공한다. 그야말로 사회학계의 고전이 분명한, 대단한 관찰력과 통찰력의 도서다.
다만 이 책은 분명 1950년대에 쓰여져 있으며 지금 시점에서는 상당히 관료제적이고 계급주의적이며 어떤 부분에서는 비도덕적인 인간사회의 모습을 묘사한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어떤 조직 내부의 비도덕과 불합리함, 부패가 은폐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저자가 묘사한 조직 구조의 목표는 '통제'이기에 이것이 2026년 현재에 과연 유용한 개념인가는 의문이다. 허나 저자의 통찰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인간이고 집단생활을 영위하는 동물인 한 분명 현재 시점에서도 타당하고 그리하여 이 책은 아직도 우리의 필독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