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는 내 아버지와 같은 1948년생이다. 그래서그런지 항상 김훈 작가에게 친근감을 느꼈는데 이번 '허송세월'에서는 마치 내 아버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팔순에 다가서는 작가에게는 이제 죽음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몸은 노쇠하여 젊을 때 만큼 움직이지 못하고, 좋아하던 등산도 결국 후배들에게 모든 등산장비를 나눠주며 포기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김훈 작가는 더욱 예민하게 문장을 고민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또한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그는 아직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자신없어한다. 그는 삶의 신산함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이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언어를 조탁하며 언어의 불투명함에 고민한다.
이 에세이는 결코 쉽지 않다. 문장 하나하나 허투로 쓰이지 않았고, 삶에 대해 그 살아온 세월만큼 밀도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노작가의 원숙함을 느끼고, 또한 나이가 듦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작가다운 언어에 대한 예민하고 치열한 고민들.
나는 김훈 작가가 가능한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내 아버지에게 바라는 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