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날마다 새로운 세상
  • 제국의 정전 셰익스피어
  • 이경원
  • 45,600원 (5%1,440)
  • 2021-08-31
  • : 97

어릴 적, 동화를 떼고 슬슬 서양고전 쪽으로 독서의 범위를 넓혀갈 때쯤 들었던 유명한 문구가 있으니, '아무리 인도식민지일지라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꿀 수 없다'라는 글귀였고, 그때는 그러므로 반드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참으로 오만한 말인 것이, 그 위대한 인도 제국과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한 저울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만큼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영국은 자국의 문화에 그토록 오만했었더랬다. 그만큼 셰익스피어가 온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표현이니까.

즉, 셰익스피어는 제국시대 영국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근대성과 식민성, 역사성과 정치성을 띈 일종의 상징이자 영국 제국의 '정전'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경원 교수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영문학을 전공한 '이방인' 학자로서 셰익스피어가 왜 제국의 '정전'이라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분석한다. 그는 셰익스피어 신화가 미학과 정치학의 양면적 요인에 의해 구축되었음을 전제하고, 셰익스피어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정전성과 정전화를 병치하여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정전으로서의 셰익스피어는 정전이 된 과정과 맥락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 셰익스피어는 제국을 창조했고 동시에 그 제국은 셰익스피어 '현상'을 창조하였으며, 이를 통해 셰익스피어는 이데올로기화 되었다. 이경원 교수는 근대 자본주의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역사의 주체가 '유럽 백인 남성'이 되었음을 말하고, 셰익스피어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서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극본에 어떻게 근대성과 식민성을 담아내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셰익스피어 특유의 유연한 정치성을 담보하는 서사 전략이 결국은 셰익스피어가 정전화되는 핵심 논리가 됨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이경원 교수의 말대로 '캘리반의 눈으로 읽는 프로스페로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절대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미학적으로도 양가적이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이지 않다. 우리까지 '유럽 백인 남성'의 눈으로 셰익스피어를 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