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날마다 새로운 세상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 12,420원 (10%690)
  • 2023-11-27
  • : 87,721

사실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명성에 비해 나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설이었고, 왜 독자들이 클레어 키건에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써낼 수 있는 소설가라면 나도 저자의 열광적인 팬층에 속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또한 어쩌면 생활의 소소한 측면을 다루는 듯 하다. 주인공은 미혼모의 자식이지만, 다행히 좋은 후견인을 두어서 나름 건실하게 성장했고, 지금은 한 가정을 이루고 열심히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일상적인 배달을 하다가 봉쇄수녀원에서의 잔혹한 행태를 마주하고, 갈등 끝에 그 인권유린의 희생자에게 무심히 손을 툭 내어준다.

이 소설의 마을은 평범해보이지만, 그 마을 근처에 위치한 수녀원은, 이미 언론에서도 고발된 사건이지만,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미혼모들을 수용하고, 사생아들을 친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처리(?)했던, 근현대 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참혹한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런 죄악에 은밀한 공모로 미혼모들의 인권유린에 대해 모른 척 했다. 즉 평범한 일상성 속에서, 극히 사소해보이지만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현실 속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던,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이지만 결국은 손을 내미는 선택을 하는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이고, 책을 덮는 순간에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소설을 대단히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펄롱이 고민하는 순간도, 그리고 도움을 내미는 순간도 그저 담담하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우리 또한 소소한 일상 속에서 펄롱처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용기를 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안다. 우리는 펄롱의 선택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모두의 공모 속에서 모른척한 죄악에 외면하지 않는게 얼마나 힘든 선택인가를.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좋다. 그리고 이제야 클레어 키건의 진가를 이해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