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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로운 세상
  •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 정지아
  • 15,300원 (10%850)
  • 2023-09-07
  • : 4,541

95학번인 나의 대학시기는 아직 80년대의 운동권 분위기가 남아있던, 그리고 각 대학의 학생회가 모여 데모를 하던 시기부터, 96년 연세대사태와 97년 IMF사태 이후 개인화되고 각자 취업을 위해 힘쓰는, 그런 급변하는 학내 사회에 걸쳐 있다. 덕분에 나는 1980년대의 대학사회와 2000년대 대학사회, 그 양극단의 사회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시대적 행운을 누리고 있고 그래서 더욱 독서가 풍성해진다.

정지아 소설가는 몇 년 전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그녀에게 부모님이 빨치산 출신인 것은 그녀의 뚜렷한 정체성이었고, 특히나 1980년대의 대학에서 그녀는 사회운동에 헌신했다. 그리고 그 운동권 분위기에서 술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었고, 그리하여 한 잔도 버거워하던 그녀는 어느새 엄청난 술애호가가 되어 자신의 에세이를 '술'을 소재로 쓰게 된다. 제목 그대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나도 겪어봤지만, 1996년 이전의 대학모임에서, 선배들은 신입생들을 반드시 만취하게 했다. 그들은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대한 울분으로 술을 먹었고, 솔직한 대화를 위해 술을 먹었으며, 아니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술을 먹었다. 그리고 술에 관련된 여러 일화들을 자랑스럽게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다. 정지아도 그렇게 술을 배웠고, 그 분위기에 매혹되었고,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술을 즐긴다. 그것도 취향까지 갖춰가며.

이 에세이는 정지아의 술 예찬가다. 그리고 사람이야기다. 술을 마시며 사람과의 벽을 허물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는, 그야말로 2020년대에 펼쳐지는 1980년 대학가 풍경.

아마 지금 신입생들에게 과거 운동권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술을 강권한다면, 바로 괴롭힘 신고가 들어갈게다. 2026년 현재 인권의식은 1980년대보다 훨씬 상향되었지만(솔직히 그 당시 운동권에 인권의식은, 특히 그 권위주의적 사고는 말도 못했다ㅡㅡ;;;) 그 밀접했던 인간관계와 정은 어느새 잊혀진 풍경이 되었다. 그래도 가끔 그리워질 때는, 다시 이 책을 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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