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인 서경식 교수는 한국의 독재 체제에 그야말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바로 그의 두 형이 한국에서 시국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을 겪은 것이다. 이것은 그에게 엄청난 자각을 주었고, 그는 평생에 걸쳐 한국민주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사회적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글솜씨로, 날카로운 사유를 빚어낸 아름다운 글들은 그의 말마따나 한국 사회에 갱도 속 카나리아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 책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은 그의 생전 마지막 글로서, 그는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과 '나의 영국 인문 기행'에 뒤이어 미국을 기행하며 미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정치상황에 대한 인문주의적 성찰을 담아낸다.
사실 저자에게 미국은 두 형을 구명하기 위한 탄원을 하기 위해 방문했던 1980년대, 그리고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등장했던 2016년대, 그리고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대에 각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제국주의국가였지만 그나마 국제사회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였던 미국이 트럼프로 상징되는 쇠락의 모습과 더불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약해진 국가 역량과, 결국은 혐오와 배제가 극심해지는 모습에 저자는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저자가 만약 2026년 현재 생존해있다면 지금의 미국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리라)
결국은 디아스포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존재로, 디아스포라인만이 가진 예리한 시선으로 쇠락해가는 미국을 바라보면서, 미국의 박물관에 있는 예술작품을 통해 '선한 아메리카'의 가능성을 바라본 저자. 나 또한 저자처럼 미국인들 스스로가 다시 '선한 아메리카'를 구축해 세계를 다시 선하게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