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장강명은 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고, 이 책 '미세 좌절의 시대'는 장강명이 언론사에 연재한 칼럼을 손보아서 펴낸 모음집이다.
칼럼이 쓰인 시기는 2016년~2024년.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세웠지만, 우리가 바라는 만큼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검찰총장출신 양아치 깡패에게 정권을 내줬던 시기.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 무력감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
장강명은 이 시대에 '정의'에 대해 사색하고, '좋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체계 안에서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끊임없이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이러한 실패들 속에 우리는 '미세 좌절'을 겪는다. 사회는 부조리하고, 삶의 목표가 생존 그 자체가 되며, 노력하지만 좌절하는 세상. 이것을 장강명은 또렷이 직시하고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 즉 빛의 혁명을 통해 민주적으로 내란을 진압하고 이재명 정부가 세워진 지 8개월, 우리는 이 책의 시대보다 희망을 갖고 기대를 갖는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우리는 위기를 관리해냈고, 공동체를 지켰으며, 그 과정에서 피 한방울 흘리지 않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그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자신감의 원천이다.
장강명은 이 책을 통해 '미세 좌절의 시대'를 썼지만, 그리고 개개인의 삶은 어쩌면 자잘하게 좌절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빛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그리하여 나는 살아야 할 이유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