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재학 당시에 처음 번역되었고, 그 당시 출판사의 대대적인 마케팅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 귄터 그라스의 명성 덕분인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도 그 열풍에 힘입어 읽었더랬다. 그리고 그때의 독서가 무척 인상적이었는지 오랫동안 내 머리속에서는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나이 50이 되어 유시민 작가님처럼 젊은 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은 욕구가 들 때 제일 먼저 읽을 책으로 이 '양철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되어 드디어 다시 읽었다.
일단 지금 다시 읽어본 느낌은 그야말로...ㅡㅡ;;; 솔직히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가장 궁금해진 것은 고2의 나였더랬다. 어떻게 이 책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지?
이 책, 쉽지 않다. 완전히 배배꼬인 미로를 걷는 기분이다. 일단 주인공 오스카 자체가 대단히 상징성과 은유를 띄고 있는 인물이고, 오스카를 둘러싼 여러 역사적 상황들도 대단히 쉽지 않다.
일단 내게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도덕성을 상실한 독일인들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이랄까? 무엇보다 귄터 그라스 자체가 죽기 전에 자신도 나치를 위해 일한 적이 있음을 고백해서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었지 않은가?
그야말로 블랙 유머가 가득한 소설. 고2 때의 나는 블랙을 빼고 유머만 느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