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는 주로 역사의 인물들에서 영감을 얻는가 보다. 내가 김훈 작가를 알게 된 계기인 '칼의 노래'에서부터해서 여러 작품들이 실존 인물들을 소재로 쓰여졌고, 이 책 '흑산'또한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정약전이라 해서 그에 대해서만 쓴 것은 아니다. 정씨 삼형제는 모두 천주교와 얽혀 있었고, 그리햐여 이 책은 한국 천주교 초기의 신유박해가 주요 시대배경이 된다. 특히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이야말로 정약전,정약용 형제의 조카사위 아니었던가.
즉 이 소설에서는 왜 조선인들이 천주교에 이끌릴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박해를 받게 되었는지가 자세히 나온다. 특히 정약전이 유배가는 과정에서나 흑산에서의 삶에서나 부정부패가 관료사회에 뿌리깊이 퍼져 있고, 정부는 제대로 된 통치를 하지 못하는, 그리하여 백성들이 혹독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어, 결국 정치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천주교를 새로운 이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정약용도 마찬가지였거니와, 정약전도 절망에 주저앉지 않는다. 그는 결국 흑산에서 새 삶의 소명을 찾고 마침내 '자산어보'를 세상에 남길 의지를 가진다. 풍파가 몰아치는 세속사에서도 그는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다.
'흑산' 또한 김훈의 작품이며, 그리하여 역사속에서 자신의 몫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김훈답게 생생하게 그려낸다. 최근작에서는 안중근을 살려냈는데, 그 다음에 그릴 인물은 또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