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것 같아’는 아사미의 말버릇이다. 자신을 잘 모르는 건지 자신이 없는 건지 예전부터 항상 그런 말투였다. 본인에 대해 잘 모르는 여자가 글은 곧잘 썼다. 글을 쓸 때는 완전히 다른 인격이 들어오는 걸까.
처음 별장을 보러 왔던 날, 아사미는 후지산을 보고 두려워했다.
그 이유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왠지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아."
후지산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긴 야마나카호수 언저리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은 사진이나 영상 혹은 전망대에서 보는 어슴푸레하면서도 신기루 같은 모습과 영 달랐다. 대지와 지구의 기운으로 발생한 융기의 위용이 느껴졌다. 그러나 후지산은 우리를 감시하지 않는다. 단지 그곳에 있을 뿐이다.
"사오리, 설마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을 믿는 건 아니지?"
사오리가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질린다는 듯 깊게 한숨을 쉬고는 내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평소 그녀답지 않은 과격한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 사오리는 화면을 스크롤해 무언가를 확인했다. 짜증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믿으니까 제일 갈 만한 곳인 여기로 왔죠.
메모 앱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방에 도청기는 없어요?
"도청기? 그런 게 왜 있다고 생각하지?"
사오리는 마치 아이를 조용히 시키듯 검지를 입술에 대더니 다시 메모를 적은 뒤 화면을 돌렸다.
—선생님이 우리 관계를 다 알고 있어요. 도쿄 아파트에서 도청한 것 같은 녹음을 제게 들려줬어요. 우리가 주고받은 메시지도 감시했나 봐요.
덥지도 않은데 등줄기에서 땀이 확 났다. 아사미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사실을 폭로하지 않은 채 죽을 수 있을까?
보복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