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야마다 대위가 사냥꾼을 불렀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백 씨 곁에 몸을 붙였다. "네놈 이름을 대라."
"제 이름은 남경수입니다." 사냥꾼이 서툰 일본어로 대답했다.
"대한제국군에 있었나?"
백 씨가 이 말을 통역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류를 막론하고 조센징이 무기를 소유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건 알고 있지? 네놈을 이 자리에서 당장 체포할 수도 있어."
작은 땅의 야수들(리커버 특별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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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치하고 있는 군인들은 다르기보다 오히려 비슷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에게는 각자의 편에 있는 민간인들보다 자신과 맞선 상대편 군인들이 훨씬 더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기 마련이다. 비록 외양은 초라할지언정, 남경수는 자신의 적수들을 기꺼이 살해하고 동맹군을 몸 바쳐 보호할 인물 같아 보였다. 야마다는 그러한 위엄을 존중했다.
"네 무기는 압수하겠다. 네가 사냥을 한다는 소리가 다시 들리면, 그때는 내가 직접 와서 너를 체포할 것이다. 우리를 여기까지 무사히 인도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라."
작은 땅의 야수들(리커버 특별판) 중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이를 위해, 혹은 다른 이에게서 무언가를 바란 적이 없었고, 이는 그가 일생을 통틀어 느껴온 은밀한 만족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한 자립을 이룬 존재라 생각했다. 심지어 차갑고 흰 손을 가진 조용하고 우아한 귀부인이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서조차 그 어떤 온기와 애정도 갈구하지 않았으며, 여자가 줄 수 있는 사랑을 그리워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후쿠다의 미개한 폭력성 때문에 하마터면 체면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었다는 순간의 가능성은 야마다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의 화를 돋웠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타인의 운명에 결부되어 있다는 감각도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가 남경수의 안전을 확신하지 못할수록, 이 불쾌한 연결의 감각은 계속 남아 있을 터였다. 그래서 야마다는 남경수를 끌어당겨 한쪽으로 세웠다. 남자는 내내 얼어붙은 듯 침묵을 지키며 저 멀리 쓰러진 백 씨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체 위엔 까마귀들이 벌써 한 무리 모여들어 흥분에 찬 울음소리를 시끄럽게 내고 있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와라."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만한 거리에서, 야마다가 조용히 말했다. "내 이름은 야마다 겐조다."
작은 땅의 야수들(리커버 특별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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