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버지, 아버지는 오늘 호랑이를 잡아 오셨잖아요. 소년이 말했다.
내가 말했지,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려 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작은 땅의 야수들(리커버 특별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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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대위는 남자의 머리를 다시 눈 위에 내려놓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해로운 벌레만도 못한 이 조센징****을 굳이 도와줄 이유는 없었다. 그는 야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지만, 몇 발짝 떼고서는 다시 몸을 돌렸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의 마음이란 어두운 숲과도 같아서, 야마다처럼 이성적인 남자도 내면에 그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담아두곤 한다. 야마다는 그 조센징을 두 팔로 들어 올렸다. 어린아이를 안아 들 때처럼 가볍고 가뿐했다.
**** ‘조선인’을 일본어로 발음한 단어. 한국인에 대한 혐오의 맥락에서 사용된 경우, 원문 그대로 ‘조센징’으로 번역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리커버 특별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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