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벽도 소금, 복도도 소금, 소파와 침대, 테이블과 의자, 꽃병까지도 소금이에요. 이틀만 있으면, 누구나 장아찌 같은 기분이 들 테죠. 소금투성이인 이 호텔에서 나는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옅은 갈색 주근깨가 두드러져 보이는 하얀 피부와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아르헨티나 사람입니다. 소금호텔에 체류한 지 어느덧 반년. 줄곧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하나같이 옅은 색을 써서 덧없어 보였어요. 젖빛 필터가 덮인 것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그 그림들이 좋다고 말했고, 그림을 보여준 보답으로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줬어요. 당신도 알고 있듯이, 내 사진도 어딘지 모르게 연하고 담백한 세상을 담아낸 것이죠. 그는 그 사진들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어요. 자기가 바라보는 경치와 비슷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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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에 고요히 가라앉듯이 사진부 방이 있었다. 의학부 3학년생이 된 후지시로는 일찍부터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동아리 방으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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