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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a님의 서재
  • 뭐든 해 봐요
  • 김동현
  • 13,500원 (10%750)
  • 2022-04-14
  • : 1,271

이 책을 받자마자 읽었다. 위로받고 싶었나? 이 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방송에 많이 출연한 판사이고, 특별한 (?) 특징 때문에도 자주 나오신 분인 것 같다. 책 띠지에 있는 사진도 자세히 봐야 지팡이가 보인다. 그전에는 그냥 하늘을 보고 있는 듯한 사진인 줄 알았다. 그냥 자석에 이끌리듯, 제목에 이끌리듯 이 책은 받아들자마자 다 읽어버렸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는 '읽기를 잘했다...'하는 생각을 했다.

시력을 잃고 판사가 된 이야기. 설마... 하지만 진짜 그 일을 실천하신 분이다.

간단한 시술이었지만 사고로 인해 두 눈을 잃었다.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면... 그것도 로스쿨 대학원생으로 앞길이 창창하게 약속되었던 사람에게는 더욱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2년 만에 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에 진학. 그리고 대학원까지 막힘없이 잘 달려왔던 그가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은 사람이 되었다. 아주 간단한 시술이라고 했건만.. 그 시술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처참하게 바꿀 줄은 그 또한 몰랐을 것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좌절한다. 그뿐만 아니라 몇 번의 좋지 않은 시도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절에 가서 몇만 번의 절을 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힘들었을 듯. 하지만 한 달 동안 하루에 천 번씩 30일을 한 그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했던 것 같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가 하나씩 다시 배워갔다. 글을 읽는 법 혼자 사는 방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읽는 내가 한숨이 나왔다. 이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일까?

두 눈이 멀쩡히 보인다 하더라도 판사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마쳐야겠다는 생각. 판사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겠다는 결과 지향적인 생각보다 행동지향적인 생각들이 그를 움직였던 것 같다. 뭉클한 그의 이야기는 더 이상 슬프지도 않았고, 마음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희망 가득한 느낌을 받아서 설레기까지 했다.

분명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에서 다짐했던 것처럼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나는 그가 그렇게 일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뉴스라든지 방송을 통해서 또 뵙게 되겠지만 그때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을 위해서 일하는 그의 모습을 더 많이 보길 희망한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생각을 좀 바꾸어 보자. 오늘 목표한 일을 다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오늘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다. 미처 다 못했다 해도 전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것도 괜찮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계속 갈 수 있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가끔 대박도 터지는 것이다. 대박이 안 터지면 또 어떤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잠들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괜찮은 삶이 아닐까?

그러다 사고 후에 복학을 하면서 성적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변호사가 될 수 있을지가 중요했지 성적 조금 더 잘 받고 못 받고에 따라 인생이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나만은 상대 평가가 아니라 절대 평가라고 생각했다. 경쟁자가 있다면 같이 공부하는 누군가가 아닌 어제의 나 자신이었다.

시력을 잃고 마음가짐을 바꾸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았다. 당시에 주변에서는 "시각장애인이 공부를 잘하는 걸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중간만 가면 된다"라는 말을 해 주었는데 그 말들이 나름 도움이 되었다. 책 구하기도 어렵고 들으면서 공부하는데 남들보다 잘할 것이라고는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전에는 노력하는 것에 비해 욕심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쓸데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내 앞에 놓인 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법조인으로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사회적 자본이 투하되었음을 안다. 그리고 내가 로스쿨 재학생이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안다. 대표 선수 같은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 사회에 시각 장애인도 여건만 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공부하면 얼마든지 이루어 낼 수 있으니, 책이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 나는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 성공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시각장애인들도 책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이제 내 평생의 짐이다. 이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 줄 누군가가 있기를 바란다.

공부도 그렇고 살다 보면 힘에 겨워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중요한 것부터 하고 나머지는 일단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다 끌어안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따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중요한 것은 챙기고 사소한 것은 버려야 한다. 버린 것은 나중에 여유가 되려면 챙길 수도 있고 여유가 안 생겨 포기해도 타격이 적다. 욕심내서 소화하지도 못할 공부를 꾸역꾸역하다 보면 중요한 걸 놓친다. 그래, 공부도 소화불량에 걸린다.

IT 전문 변호사를 꿈꾸며 그러다가 지금은 판사를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가 판사 노래를 부르셨는데 들은 척도 안 하다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판사가 되었다. 그러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거쳐 왔다. 하는 일마다 잘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나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사람들 만나기도 싫고 세상과 이별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버티다 보니 쥐구멍에 볕들 날이 왔다. 목적지도 여러 번 바뀌고 먼 길을 빙빙 돌아왔지만 느려도 좋으니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 내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이 말도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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