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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님의 서재
언제부터인가 책꽂이에 꽂아놓고 첫장을 넘기기 힘들어 쳐박아놨던 그 책을 펼쳐보았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자전거는 헛바퀴만 돌고 다시 제자리다.

한 호흡으로 막힘없이 봐지던 활자의 등성이 여기에서는 넘기 힘들다. 이렇게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어내기란 얕으막한 언덕을 끝도 없이 오르는 기분이다. 소나기가 세차게 몰아치기 직전의 툭툭 떨어져 내리는 뚝뚝한 물방울처럼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낯선 문장이 장장 마다 눈에 띈다.

그의 글은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정을 품고 다가오는 듯 하다. 그의 행로는 길 위에 있지 않고 자연 속의 생태와 각각의 사연들이 깊이 있는 도감과 지적 깊이와의 만남에서 비롯된 미려한 창조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책을 넘기면서 어떤 연상도 해낼 수 없었다. 그의 활자를 받아내기도 버거웠으니까.. 우리 나라 말로도 저런 표현이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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