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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님의 서재
  • 나인 (양장)
  • 천선란
  • 13,500원 (10%750)
  • 2021-11-05
  • : 5,20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어가는 땅에서 시작된 브로멜리아드 화원에서 살아가는 지모(유지 이모의 줄임말이다)와 나인. 어느날 나인의 손가락에서 새싹이 자라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투바투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도 아니고 '어느날 내 손가락에서 새싹이 자랐다'라니?


사실 나인은 외계 행성에서 온 식물처럼 땅에서 자라는 종족인 '누브족'이며, 이들은 식물같은 인간, 아니 인간 같은 식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한동안 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나인이 다니던 학교 학생의 실종사건을 알게 되고, 본인의 출신에 대한 비밀도 알게 되고, 실종사건의 비밀까지 알게 되는 그런 이야기.


금옥 나무의 이야기부터 풀어가는 실종사건의 실마리라니..여태 추리물에서 사이코메트리라던가 하는 소재들은 많았지만 식물과 대화하는 사람은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사이코메트리 소재 좋아하는 나로서 이런 소재도 무척이나 반갑다

읽다보면 승택이의 이야기가 꽤 짠하게 다가온다..나인은 여태 본인이 인간들과 다른 바가 없는 삶을 살아오면서 학교도 다니고 하고 싶은 일들은 꾸준히 해온 편이지만 승택이는 같은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여태 나인이 살아오는 삶을 동경했다는 부분이 짠하게 다가왔다.


사건 전개도 나인이 고민하는 시간이 길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순식간에 해내기 때문에 늘어진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틈틈히 나와서 관계성을 해석하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와중에 좋은 문장들이 글 속에 많이 뿌려져있어서 열심히 포스트잇 붙이느라 바빴다. 처음 택배 받았을 때 편지부터 느꼈지만 문장이 정말 좋은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의미를 가진 문장이나 단어들을 여러가지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이 있으신 것 같다. 연뮤를 보면서 대사 하나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다보니 내가 그런 문장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ㅋㅋㅋ웹소설 종류를 제외하고 굉장히 오랜만에 읽은 소설인 듯한데 역시 재밌어서 만족스러웠다. SF와 추리가 적절히 섞인 느낌이 들어서 해당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재밌게 읽을 수도 있을 듯 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벗겨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온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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