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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j5540의 서재
  • 스키마
  • 조안영
  • 11,700원 (10%650)
  • 2019-11-29
  • : 48
조안영이라는 의사이자 작가인 분이 쓴 소설이다. 내가 가진 편견 때문에 나는 이 소설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이 몹시 부끄러웠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 방식이라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반나절만에 이 책을 다 읽었을 만큼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장르의 옴니버스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각각의 단편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읽다 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작가는 인지, 해리, 스키마 같은 심리학 용어의 사전적 정의들을 각 장마다 적어놓았다. 우리와 같은 일반 사람들은 사실 그 정의를 읽는다고 해도 잘 이해를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주제에 맞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물 흐르듯 그렇게 흘러가고 나면 그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플롯 자체가 이 소설의 주제라는 말이 정말 맞다. 읽는 내내 예측을 빗나가는 전개가 흥미진진했고, 곳곳에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뮤위식이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소설의 맨 앞에 칼 구스타프 융의 말이 적혀 있다. 운명에 대한 강렬한 문구였다.


잊는다, 고로 존재한다

요즘 기억과 망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에 CNN에 한 천재 화가가 나온 적이 있다. 그 청년은 아이큐가 매우 높아서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다녔고, 한 번 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내서 천재 화가로 불렸다. 그런 그가 말했다. 그에게 삶이 고통 그 자체였다고. 어쩌면 망각은 축복이다. 반면에, 시인에게 망각은 끊임없이 뭔가를 끄집어 와야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덩이일 것이다. 기억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면서 기대와 두려움을 가지고 부지런히 찌를 건져 올리는 연못같은 것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망각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정말 그렇다.

스키마는 한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그것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40대 성공한 음악교수가 그의 어린 아내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한때 '독수리 오형제'라고 불릴 만큼 친했던 형석, 진우, 아영, 주은, 석기의 이야기가 나오고, 불륜남으로 지목된 현우와 인기가수 한아름의 이야기가 나온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한데 모아지는 부분이 재미있다. 인간의 이면에 관한 것이고, 기억의 편향성과 인지 왜곡이 빚어낸 비극성을 다룬 소설이다. 심리학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많이 배우게 되고 깊게 생각하게 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실용적인 책들도 많을테지만, 가끔은 이런 소설을 읽는 것은 인간의 삶으로 들어가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관찰자가 되는 것은 더욱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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