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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네책방
  • 신경 끄기의 기술
  • 마크 맨슨
  • 16,020원 (10%890)
  • 2017-10-27
  • : 26,893

이 책을 두고 ‘상스럽’고 ‘무자비하’다는 표현한 것을 보았다. 푸하하 웃었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장점이다. 엄숙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저자의 관점과 문제 해결 방식이 얕지는 않다. 오히려 더 인간 본성과 생각, 감정의 본질로 향한다. 문제의 해결점 또는 마음의 실마리가 풀리는 부분이 불교철학이나 명상의 출발점과 닿아 있다. 그대로 놓아두기를 한다. 표현이 직접적이고 세속적이나 그가 말하는 것들의 핵심은 ‘그대로 놓아두어라’ ‘그대로 보아라’에서 시작한다. 
  
모두 특별하고 대단하다. 불교나 명상에서 각 개인이 볼품없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딱히 특별하다고 하지도 않는다. 그조차도 의미가 없는 거다.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더는 특별함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무엇이든 마음 졸이고 상상만 하지 말고 해 보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해 보면 되는 일도 있지만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세상살이는 예전보다 수월해진다. 그냥 그런 거지 더는 특별한 의미를 심을 이유가 없어진다. 우리는 ‘유망주’도 아니고 ‘실패자’도 아닌 것이다(81쪽). 모두 자라면서 익숙해진 감정의 시스템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규정할 뿐. 마크의 말 중에서 한 부분을, 조금 축약해서 인용한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건 나한테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 몇 년 동안 속으로 이런 질문을 되뇌며 멍하니 돌아다녔다. “어떻게 하면 처음 보는 사람한테 다가가서 말을 걸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러는 거지?”
속으로 별별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다 했다. 이를테면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면 안 돼’라거나 ‘내가 인사만 해도 여성들은 날 소름 끼치는 변태로 여길 거야’와 같은 생각 말이다. 
느낌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탓에, 나는 머릿속 세상 밖으로 나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이 아무 때고 서로 다가가 말을 건네는 단순한 현실을 볼 수 없었단 말이다. (178-179쪽)
  
자꾸만 자신이 상황을 만들어낸다. 누가 뭐라고 면박을 주기도 전에. 그것이 예의 있는 정도에 그치면 좋지만 아마 우리는,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자신이 그 이상에 신경 쓰고 전전긍긍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 책은 모두 9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각 장마다 마크의 에피소드, 다른 인물들의 에피소드, 붓다나 다른 철학자의 말을 인용해서 재미있게, 그러면서 의미 있게 읽힌다. 각 장마다 주제는 다르지만, 웬만하면 처음부터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마크가 알려 주는 신경 끄기의 기술이 점진적으로 심도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이 말 좀 들어보라고 소리 높여 말하고 싶은 부분이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건 우리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때로는 스스로의 감정이 어떤지조차도 잘 모른다. (93쪽)
이렇게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94쪽) 
  
모두들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할 거다. 난 몇 해 전인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매체에서는 끊임없이 말과 정보가 흘러 나왔고 한 시도 쉬지 않고 그것들을 받아들이는데 정신없었던 나는 결국, 내가 말하면서도 그게 내 의견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뒤로는 정말 자기 감정이 무엇인지 알까, 자기 의견인양 말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보고는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은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기 생각인지, 자기 감정인지.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그대로 흘러가지만 그게 진심 같지 않았다. 
  
마크의 에피소드만 읽다 보면 마크는 그저 미국의 중산층 백인 청년 캐릭터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편은 맞을 거다. 경제적으로 별 부족함이 없고 강대국 사람이라는 주인 의식과 자신감이 있어서 아무리 자기는 나약한 존재라고 해도 제3세계 나라의 젊은이와는 다른 부유함이 있는 사람. 그러나 이래저래 방황하고 나약해 보이는 청춘을 겪으며 성장한 그의 생각과 통찰은, 얕지도, 피상적이지도 않다. 5장부터 9장까지 마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설명하는 부분은 설명이 자세하며, 특히 8장, 좋은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은 마크가 관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경험하고 성숙해 가는지를 느끼게 한다. 주의 깊게 읽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9장. ‘죽음’을 말한다.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겪으며 결국 인생의 생만이 아니라 ‘죽음’을 인식하게 된 사람. 트러블메이커의 에피소드, 상스럽고 무자비한 촌철살인으로 가득한 이 책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로서 그가 말하는 ‘신경 끄기’는 정점을 찍는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많은 것에, 작은 것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처음에 등장했던 작가 부코스키가 마지막 장에 다시 등장한다. “우리는 다 죽는다. 우리 모두가. 저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인생의 사소한 문제에 벌벌 떨고 기죽는다. 아무것도 아닌 게 우리를 먹어 치운단 말이다.” 
  
너무 애쓰지 말고, 심하게 노력하지 말고, 쓸데없이 많이 신경 쓰지 말자. 
지금까지 너무 애쓰고, 심하게 노력하고 쓸데없이 많은 데 신경을 썼으니. 인생의 강박을 조금 내려놓는 연습을 하기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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