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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in님의 서재
  • 7맛 7작
  • 박지혜 외
  • 10,800원 (10%600)
  • 2017-11-16
  • : 58


0.

이 소설책 너무 귀여운거 아니냐..
7맛 7작이라는 제목은 매우 그럴싸했다. 
황금가지에서 주최한 테이스티 문학상은 첫번째 주제로는 '고기'가 던져졌고, 두번째 주제로는 '면'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브릿G출판 지원작으로 선정된 단편 중 '커리'를 주제로 한 소설까지 함께 실렸다.
 알록달록한 노란색 표지에 "허기질 때 읽지 마시오."라는 띠지까지 군침이 돌게 귀여워서 어느 곳에 진열되어 있어도 한 번 쯤은 손이 아니 갈 수 없겠다.
글씨체 마저도 귀여워서 '행복한, 귀여운' 것들에 매료되어 있는 나같은 이에게라면 내용을 보지 않고도 덥썩 계산까지 마치게 하는 마력을 뽐낸다. 

1.
그렇다면 그 덥썩의 힘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보자.
과연 내용이 표지처럼, 띠지처럼 귀엽고 행복하며 군침이 돌게 하는가.
분명히 밝히건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오늘이 운수 좋은 날이건 일진이 사나운 날이건, 몸 상태가 좋건 나쁘 건 어쨌거나 입 속에 무언가를 열심히 넣어야만 살아갈 수 있으므로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여 어떤 상태의 주인공에게 들어가는지 그에 따른 살은 작가 개개인의 역량으로 붙여나간다.
일단 허기가 돌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싶다면 <해피 버스데이! 3D 미역국>과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을 추천한다. 
지금은 허기와 관계없이 밀도 높은 글이 읽고 싶다면 <비님이여 오시어>와 <하던 가락>이 적절할 것이다.
감동을 원한다면 <군대 귀신과 라면 제삿밥>과 <류엽면옥>을,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커리우먼>을 읽으시라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분류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진실로 7가지 맛과 7가지 다른 감동이 있는 책이다. 어느 작품을 먼저 택해 읽던지 책을 잘 골랐다는 생각만은 똑같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2.
소고기 미역국을 소재로 한 <해피 버스데이! 3D 미역국>은 이렇게 맛있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맛의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요리 한 번 해보려니 도구가 없어 냄비와 국자 도마도 사야하는 천국(!)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대부분의 요리를 3D 프린터가 해결해주고 있었다. 그런 주인공에게 갑작스럽게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생일상을 주제로 글을 써오라는 과제가 주어진다. 스마트 폰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지금의 시대상을 떠올려보면 글 속에 나타난 스마트한 생활이 아주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 먹는 것까지 완벽하게 기계에 의존하게 된 삶에서 과연 '엄마의 손맛' 같은 감성 마케팅이 얼마만큼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뻔함으로 끝나는 소설이었다면 시시했을 뻔 했다. 
주인공이 떠올린 것은 엄마가 아니었고, 결국 요리를 해준 사람도 엄마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 끝 찡하게 가족을 돌아 볼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을 찾아 볼 수 있는 글이다. 
요리와 가족을 엮은 평범함 속에서 투명한 낚시줄로 낚아 올린 따뜻한 맛이다. 

3.
 한 편 한 편이 색다르고 감정의 꼭대기를 치는 맛이라 읽기가 아까울 정도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고 할 수 있는 글은 <비님이여 오시어> 다.
 분량이 꽤 많은데도 (실제로 일곱편 중에서도 가장 길지 싶다.) 게눈 감추듯 읽어버리고 아쉬움에 곱씹게 됐다.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글은 좋은 글이다. 밀도가 높아 뻑뻑하기 때문에 자꾸 곱씹어 풀어보면 더 길게 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깔려있는 잔혹함에 진저리를 치게 되는 글이었다.
  어느 지점이 가장 신선했는가 하면, 이 글은 처음부터 식욕을 자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생선의 퍼덕거림보다는 뭍에 내팽겨진 채 부패해가는 비린내, 그 죽음의 냄새와 생기 잃어가는 눈동자에 대해 적어내려갔다. 앙상함, 메마름, 짓무름과 득실거림, 산중의 왕이 위용을 잃고 인간의 아이를 탐하고 기르던 개는 들개가 되어 아무에게나 이빨을 들이민다. 
 세상이 녹아내려 죽어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용을 찾아 간다. 있던 식욕도 뚝뚝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이 나선 여정을 함께 떠나다 채식을 시작하려 마음 먹었을 때의 고통을 떠올려 버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용의 염통을 요리하는 장면, 그 한 입을 입에 넣었을 때의 환희란. 
 도망갔던 식욕이 돌아와 입 안에 군침이 고여 리뷰를 적다말고 침을 꼴딱 삼키게 했다. 여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오로지 '맛'에서 느끼는 희열 밖에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다.

 
조금 더 길었으면 했던 욕심은 아마 모량의 역할 때문이었을 것이다. 끝까지 막을 기세더니, 금세 꺾이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량이 살리고자 했던 동물들은 결국 모두 죽고 말았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한 역할이라면 애초에 말이 통한다는 설정이 꼭 필요했을까 싶기도 하다. 

4.

2회 최우승작인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은 표지에 걸맞는 발랄하고 경쾌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유쾌해서 주인공을 얼싸 안고 어깨춤이라고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첫문장부터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옳소, 옳소를 온 몸으로 외치며 보기도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스파게티교를 찾아 교리를 대입해가며 읽으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대화체로 시작한 글은 대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는건가란 의문과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건가라는 의문을 해소해가는 과정이었다. 끌려서 홀려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독자의 시선을 강탈해가는 스킬이 상당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누구냐면!!! 짜잔, 헛웃음이 터지게 귀여운 탐정이었다.
 부모님도 탐정, 오빠도 탐정인 가정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탐정이 된 전일도는 특유의 친화력을 가지고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같이 스파게티 교에 가입까지 해버리는(?) 이미 전문적인 탐정이었다. 나는 전일도에게 너무 반해버렸으므로 이 작품이 시리즈로 계속 나왔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리뷰를 적어본다.
 옛 말에 밥 먹다 정든다고 하던데 딱 그 모양새인 커플도 간간히 추임새로 나와줬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짚신들이 또 있을까 싶다. 
 현실을 가볍게 각색해서 곳곳에 숨겨놓는 재주가 상당해서 읽다보면 그 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가 있다. 
 종교를 조금 더 가볍게, 현실을 조금 더 가볍게, 사랑을 조금 더 가볍게 바라 볼 수 있게 하지만 아주 멀어지지만은 않는 딱 스파게티 맛같은 소설이다. 라멘.

5.
  "판소리에는 창과 아니리, 발림이 있다. 사당패들의 놀이에는 풍물,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의 여섯가지 재주가 펼쳐진다."라고 적어 본들 그 어떤 생동감도 재미도 생기지 않는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흔히 알지 못하는 생소한 단어에 대한 설명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류엽면옥>은 어떨까. 이 소설에는 중머리(냉면 배달부)가 있고 발대꾼(면을 뽑아 삶는 사람)이 있으며, 고명꾼과 앞잡이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무엇을 하는 이들인지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겨울에 살얼음이 낀 냉면과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이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긴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꼭 새기고 글을 읽길 당부하는 바이다. 단지 추위에 웅크리며 응 그래, 발대꾼이 뭐하는 사람이라고? 하며 각주만 쓱 보고 넘겼다 범인이 밝혀지고 난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선독자가 하는 충고이니.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곳곳에 힌트를 숨겨놓았는데 나는 하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두 번 째 읽었을 때는 이게 그래서!라며 장탄식을 했을 뿐이다.
퍼즐을 맞추듯 아귀가 딱딱 맞아가지만 힌트를 숨기느라 결말이 다소 아쉬워졌다. 
 뒷일은 주인공에게 맡긴다는 결말은 조금 무책임하지 않나 싶다. 대의보다 정에 이끌려 움직인다는 점은 개연성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이 새는 느낌을 감내해야했다.  

6.
이상하다. 분명 부끄러운 한 청년이 무언가를 호기롭게 외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그리운 어느 골목의 끄트머리에서 말이다. 어울리지 않게 의자도 갖다 채워놓고, 심야식당처럼 냉장고에 있는 음식재료로 그날 그날 손님들이 원하는 것도 만들어준다. 주인은 퉁명스럽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청년을 반가워하는 마음을 아주 숨길 수는 없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문장에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로 누운 사람 발모가지가 뱅글 돌아 냉장고 안으로 들어간다." 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1+등급 한우를 꺼내 든다. 그리고 계속해서 국수를 만드는 일로 돌아갔다.
<하던 가락>은 이런 소설이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는 점을 눈여겨 봐주길 바란다. '가락'을 보니 면 이야기 일 것 같긴 한데 그게 또 '하던 가락'이 되니 해오던, 몸에 익은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분명 맛있게 시작했으나 토기가 밀려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지락 칼국수를 맛있게 먹을 수 없는 사연이 면발만큼 길게 풀려나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운명의 세 여신이 물레를 자아 수명을 결정한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입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면발이 운명을 결정한다. 더 먹을 수 있으면 더 살 수 있다.
사람은 먹으면 살고, 먹는 것을 멈추면 죽는다. 하지만 이 법칙을 아주 짧은 시간으로 압축하면 어떨까. 먹는 것을 멈추는 순간 죽음이 결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밀어넣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신선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가득 차 있는 소설이라 멈추면 죽을 것처럼 읽어내려가게 될 것이다.

7.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이런 친절한 소설을 봤나. <군대 귀신과 라면 제삿밥>은 한국 땅에 사는 이들에게 어느 한 코 정도는 걸릴 법한 소설이다. 
군대에 다녀오셨습니까, 군화를 챙겨본 적이 있는 고무신이십니까, 라면 좋아하세요?, 제사상 차려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으시죠? 역사 배우셨나요?
이렇게 물고 물리며 뜨개질 하듯 나아가다보면 한 코 쯤 안 걸릴 수가 없다.
 문제는 어찌보면 흔한 소재로 얼마나 맛깔나는 요리가 나올 수 있냐는 것이다.
 평범한 소재는 밋밋하더라도 평균은 할 수 있기에 제목을 보며 기대를 살짝 접은 것도 사실이다. 궁금하긴 했으나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제목에서 다 보이지 않는가. 
군대에서 귀신이 라면을 제삿밥으로 선택했다는 건 짐작 할 수 있다. 하지만 왜 라면이었을까. 주인공이 분식집 아들이여서 일까. 처음부터 짜맞춘듯 한 설정이 있지만 하얀 얼굴로 라면을 허겁지겁 먹는 귀신의 모습이 귀여우므로 읽다보면 그런 개연성 쯤 중요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본의아니게 라면의 종류와 역사까지 알게 되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겠다. 귀신에게 라면을 끓이는 방법을 일러주는 척하며 독자를 가스레인지 앞으로 불러들이는 괘씸죄는 면할 수 없겠으나 이 또한 핵불닭볶음면을 먹고 삐진 귀신을 보는 것으로 갈음 할 수 있겠다. 
귀신이 등장한다고 해서 무섭지는 않다. 호러보다는 개그물에 가깝지만 방심 할 수는 없다. 마지막에 울림을 주는 감동까지 준비되어 있다. 
고문관인 후임을 보는 답답함과 무엇이건 말해보라는 사단장을 보며 그 시절 향수에 젖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들춰보길 권하는 바이다. 

8.
"혹시 커리우먼의 존재를 알고 있나요?"
"커리어 우먼, 일하는 여성 말인가요?"
"아니요. 커리우먼. 커리를 끓여 놓고 새로운 차원으로 떠난 여성들이죠."
나이든 남성들이 우스갯 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집에 들어섰을 때 카레나 사골 냄새가 나면 아내가 여행을 간다는 뜻이라고 했다. 
 집안의 여성은 자리를 비우려해도 오래두고 끼니를 해결 할 수 있는 카레나 사골을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그 불편한 전제는 한낱 우스갯소리로 전락해버린다. 하지만 <커리우먼>에서는 이런 불편한 시선을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흘리듯이 새로운 차원으로 떠났다고만 한다. 
 '사회가 이러이러하다는 것보다 커리를 끓여놓은 여성이 어디로 여행을 떠났는가'가 더 중요한 정보였으니까. 그녀들은 세상 무엇보다 자신을 최우선으로 두고 새로운 차원으로 떠난다. 카레는 그녀들이 떠나기 전 베푸는 마지막 요리가 되는 것이다. 
 '카레'와 '떠남'이 연상시킬 수 있는 것이 불편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을 줄은 정말 몰랐다. 물론 준비되면 떠날 수 없기에 남겨진 이의 마음엔 앙금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좋았다.
 어느 순간 여성의 역할이 지겨워지면 앞치마를 두르고 카레를 끓이면 된다. 그리고 새로운 차원으로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남은 이의 그리움은 다른 커리우먼이 다독여줄 것이다. 엄마 맛 같은 아내 맛 같은 커리를 대접하고, 그네들에게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차원을 엿보게 만들어 다음 커리우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남기고 말이다. 거대한 저항의 물결은 없어도 된다. 그저 훌쩍 떠나면 그만인 것을!

9.
살아있다는 것은 먹는 것이고, 먹는 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것이니 이 책을 읽으면 살아있다는 것이 절절히 느껴질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무척 행복해졌다. 갓 지은 밥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여러 의미로 군침이 돌았다. 미역국과 라면과 스파게티가 동시에 먹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소를 잡고 부위별로 자르고 핏물을 빼고 불에 익혀 내 식탁에 오를 때까지 모든 과정과 생명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사랑해야겠다.
자, 그럼 감사히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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