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만 한 것이 있을까. 이 책은 제주에 대한 흩어져 있던 나의 얇고 얇은 정보의 씨줄들에 날줄을 하나 엮어 주었다.
인스턴드 음식, 기름진 음식은 맛나다. 하지만 담백한 맛에 빠지면 자주 그 깊음을 음미하고 싶어진다. 정용연 작가의 만화가 그렇다. 전작 [정가네 소사]에 이어 이번 작품 [목호의 난, 1374 제주]는 우리 만화계에 귀한, 풍미 좋은 장인의 손맛으로 엮여 있다.
사건을 서술하는 지문은 절제된 수식으로 간결하게 말할 것을 전한다. 과하게 개입하지도, 무책임하게 방치하지도 않는다. 사람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 몫은 독자의 것이라고 짐짓 너스레를 떨며 남겨둔다. 그런 자세가 단지 내가 보고, 읽는 것이 만화책만이 아닌 역사라는 것을 거리, 간격으로 유지시킨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몰입일 것이다. 그래서 담백한 것이다.
나는 정용연 작가의 평생을 품은 이런 자세가, 우리 만화계, 창작계에도 좀 더 힘있게 영향력을 떨치길 진정으로 기원한다. 느리게 말함에도 문화계의 트랜드를 쫓는 양적 획득에게 절절하게 저항하는 정신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