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편이다. 하지만 600쪽 가까이나 되는 양장본치고는 비싸지 않다. 책이 이쁘고, 쪽수에 비해 무겁지 않아 좋다. 무거운 책은 팔이 아프다. ㅠㅠ 그림체나 지식의 깊이, 유머 감각 등이 하버드 대학 수학과를 나온 래리 고닉과 아주 흡사하다. 이 저자는 프랑스 천체물리학자라니 더 그렇다.
인문학 붐이 불면서 논어,맹자, 장자 등 동양고전은 원전을 비롯 나름대로 해설서가 수십권씩 쏟아져 나왔다. 원전은 부담스럽고 해서 소개서나 해설서 몇권을 읽어봤지만 실망스러웠다. 원전 자체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서 맥을 잡게 해주는 책도 거의 없었고 심지어 자신의 에세이처럼 풀어내는 책에는 많이 실망하기도 했다. 군주론 같은 서양고전도 마찬가지였다.
서양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이 성경이지만 67권(가톨릭에선 더 많다고 한다)을 신자도 아닌 내가 전권을 읽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게다가 미션스쿨의 후유증과 우리 사회의 기독교의 현실에 실망하여 기독교에 대해선 웬지 거부감이 강했다. 개인적 성향상으로 불가지론적 범신론에 가깝다고 할까...그래도 성경을 한번 기웃거려 보려 축약본이라도 읽어보려 해도 애들용 에피소드 아니면 신앙간증 형태, 또는 신자임을 전제로 한 성서 깊이파기 정도 책들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고, 우리애들도 좋아하는 래리 고닉의 만화와 비슷한 느낌이라서 골랐다. 재미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썰렁 유머와 간략하면서도 디테일한 그림도 피식피식 웃게 만들었다. 성경 인용 구절의 출처가 다 나와 있어서 좋았다. 수천년에 걸친 성경과 기독교의 역사가 마치 대서사시처럼 흘러간다.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 오욕칠정과 모순과 불합리가 그득한 인간사...그 가운데 항상 존재하는 '신'!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에 대해서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기독교에서 왜 '사랑, 믿음, 소망'이라고 말하는지도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저자는 아주 객관적으로, 어찌 보면 약간은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창세기부터 바울로에 의해 기독교가 체계화되는 과정까지의 '성경'의 주요 내용과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화두들을 짚어준다. 비신자인 내가 한번쯤 의문을 던질 법한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신'의 문제가 아주 가깝게 다가오는 듯하다. '신'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먼훗날 내가 종교인이 된다면 아마 이 책이 계기가 되지 않을까? 수백권의 책을 읽어도 근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은 별로 없는데, 만화책 한권이 그런 고민을 던져주다니.. 그 점에서 그 어느 책보다 인문적이다. 래리 고닉의 세계사 책을 좋아해 수능 세계사 공부를 하면서 그 만화책을 수십번 읽은 큰아이한테도 권해야겠다.
사족이지만 이 저자도 그렇고 래리 고닉도 그렇고 구미권 이과생들은 왜 일케 잘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