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사노 요코, 황진이 옮김, 여유당(2022)
사노 요코를 알게 된 것은
그림책을 처음 공부하던 시절
<태어난 아이>를 접하면서였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글도 좋았지만
거친 듯 따스한 그녀의 그림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몇 편의 수필로
다시 만나면서
그림도 잘 그리지만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 만난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를 읽으면서도
그녀의 익살스러운 이야기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제목이 주는 여운을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과거형의 표현, 지금은 여동생이 아니라는 뜻.
제목이 주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오빠와 함께 장난치며 노는
무엇보다도 상상의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특히 감씨를 삼킨 뒤 뱃속에서 씨가 자라
가지가 솟아나는 상상을 하며 노는 모습에는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랐다.
나는 어릴 때 포도씨, 수박씨를 뱉지 않고 다 먹었다.
그러면 과일을 좋아하는 나의 뱃속에
좋아하는 포도와 수박이 주렁주렁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정말 내 뱃속에서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사노 요코처럼
오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일곱 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고
그 동생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형제가 있다는 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금도 곁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감사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그녀도 천국에서 오빠를 다시 만나
어릴 적 모습으로 오빠와 상상놀이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린 시절 떠나버린 오빠지만
서로를 알아봤겠지.
‘어린 나와 오빠와 함께 놀아 줘서 정말 고마워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도 말해 주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나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