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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RNa님의 서재
  • 구월의 보름
  • R. C. 셰리프
  • 16,650원 (10%920)
  • 2025-06-23
  • : 966

총평


『구월의 보름』은 평범한 영국 중산층 가족의 보름간의 휴가를 통해, 일상 속에 깃든 인생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가족의 여름휴가를 그 무엇보다도 특별하게 풀어냅니다. 소중한 매일매일을 흘려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듭니다.




기억에 남는 책구절


책구절 1

“휴가를 떠난 사람은 상황만 조금 달랐어도 자신이 되었을지도 몰랐던 사람,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된다. 모든 이는 휴가 중에 동등하다. 모두가 비용이나 건축 기술일랑 고려하지 않고 저마다의 성을 꿈꿀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35p)


매년 찾아오는 휴가가 특별할 것 없으면서도, 더없이 특별한 해방의 시간이라는 것이죠. 


책구절 2

“하지만 그는 시간은 시계의 바늘에서나 균등하기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에게 시간은 미적대면서 거의 뚝 멈추어 있는가하면, 재빨리 내달리고, 절벽을 뛰어넘듯 훌쩍 사라지거나, 다시금 미적댈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약간의 슬픔을 품고서 알았던 것은, 시간이 종국에는 늘 따라잡는다는 것이다.” (209p)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의 상대성, 그리고 결국엔 누구나 공평하게 시간에 따라잡힌다는 사실이 슬프면서도 담담하게 다가옵니다.


책구절 3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 (341p)


지나간 아름다운 시간은 우리 기억에 뚜렷하게 남지는 않지만, 그 시간에 느꼈던 감사와 따뜻함만은 오래도록 남는다는 이 구절, 소설이지만 한 편의 시구 같은 아름다운 문장이에요.


책구절 4

“그녀는 둘리치의 집을 떠날 때부터 휴가가 끝나기 전에 무언가 굉장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들이 글래펌 환승역에서 함께 서서 기차를 기다렸을 적에, 기차가 호샴에서 빠져나갈 때 그들이 함께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었을 적에, 그들이 보그너의 길거리를 통과해서 시뷰로 다 함께 걸어갔을 적에, 거듭 또 거듭 그녀는 이휴가가 마지막일 거라고, 그녀가 아버지와 어머니, 딕과 어니와 다시는 결코 이렇게 하지 못하리라고 느꼈다. 슬프고도, 다소 아쉬운 감정이었고, 지금에서야 그녀는 그 의미를 이해했다. 근사한 시절이었다, 보그너에서의 이 휴가들은. 하나 그런 시절들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었다. 그런 시절들이 해를 거듭하며 계속되면서, 죽어가는 어린 시절의 불씨에 미약하게나마 부채질을 시도할 수는 결코 없었다.” (384p)


구월의 보름을 한 부분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바로 이 구절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께 드리는 추천의 말


『구월의 보름』은 가족과 함께한 평범한 휴가, 그 속에 담긴 소중한 순간들,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지친 하루하루를 뒤로 하고 여름휴가를 떠나고 있는 여러분, 근래에 바쁘게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기억에 남기기 조차 어려운 여러분, 여러분만의 보름을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서보세요.


* 이 글은 독파챌린지 서평이벤트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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