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책 표지부터 아름다운 책. 그림책을 매개로 작가는 삶의 지향과 태도를 작은 목소리로 전달한다. 그것이 개인적 취향과 한계에 머물지 않고 읽는 이의 공감을 끌어내는 이유는, ‘실은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뒤로 하고 세상 속에서 ‘타인의 마음에 닿는 일’을 찾아 ‘먼 곳 까지 가보는 일’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삶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들은 관성 밖에 존재했다’는 추상적인 말이 일상적 작은 실천과 결합되어 구체적으로 세상을 확장시키는 의미로 전달된다.
작가는 산책을 하고, 식물을 돌보고, 드로잉을 배우고, 고양이와 생활하며, 채식을 지향한다. 이러한 생활의 기저에는 좋은 습관을 지니고자 하는 노력이 놓여 있다. 이 책에서 습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매우 의미 있게 읽었다. ‘한 사람의 습관이 그 사람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는 문장은 올해의 베스트 문장에 해당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어떤 것을 반복해 나가는 것은 내가 그 일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사람으로 살겠다는 마음 때문이라는 말도 큰 울림을 주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진 정체성(고유성)을 갖는다. 희망적이면서 잔혹하다.
아이가 아닌 다 자란 어른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더 선택할 수 있을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미 굳어진 습관들 사이에서 어떤 좋은 습관을 더 가질 수 있을까? 이 비관적인 질문의 답이 이 책의 제목이 될 수 있겠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면 된다. 이상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관습적인 삶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험’을 사소한 것이라도 자주 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 토대 위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습관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노동과 생산에 관여되어 있어야 한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는 세상을 확장해 가면서 생기있게 성장해 나가는 한 존재이다. 그래서 굳이 물리적 시간으로 가늠할 필요가 없는 존재이다. 성장이 아이들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는가.
작가는 낮은 목소리로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태도를 그림책의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주제에 따라 여러 그림책들이 언급되는데 그림책에 대한 선입견(그림책=어린이책)을 여지없이 날려주었다. 삶과 연결되지 않은 책읽기는 무용하다. 그런 면에서 책과 삶을 결합하고 서로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길잡이 역할도 해주었다.
한 사람의 습관이 그 사람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