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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둥이님의 서재
  •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 페트라 펠리니
  • 17,550원 (10%970)
  • 2025-08-13
  • : 9,399

* 본 도서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며, 후기는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며칠 안되었을 때였다. 몇 없는 학창 시절 친구 중 한 명의 어머니 부고소식을 들었다.죽음이라는 소식은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소식을 접했을 땐 무방비한 상태에서 육탄 공격을 받은 것 같다.친구 부모님의 부고 소식은 아직까지 나에게는 오지 않을 일이라 생각했었나 보다.
소식을 전달받은 그 순간과 주변이 한동안 일제히 멈춰버렸다. 기억 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던 친구 엄마의 추억만이 떠올랐다.소식을 들은 다음날에 장례식장을 찾았고, 가는 동안 이 책과 동행했다.
부고 소식에 마지막 인사드리러 가면서 죽음과 관련된 책을 함께 하다니...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죽음을 이렇게 나는 마주하게 되었다. 
잔인하고 슬픔만 주는 책들은 극도로 거부하는 내가 죽음을 이렇게 바라보게 된 것이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치매환자 호베르토와 그를 돌보는 한 소녀 린다 시점의 글이 담겨 있다.소설이지만 절대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그저 호베르토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로 읽힌다. 할아버지를 배려하고 돌보는 순간들이 흥미롭고, 흐뭇한 미소를 주는 재미가 있다.소녀의 마음에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덕분에 기차 안 2시간 동안 눈물이 멈추었고, 마음은 차분해졌다.

그리고 친구 어머니에게 덜 울면서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이런 소녀가 있을 수 있을까.그저 무한 칭찬만 해주고 싶다. 치매환자를 위해 봉사를 한다. 
지겨워하는 내색 전혀 없이, 힘들어하는 내색도 느껴지지 않는다.매 순간들이 리드미컬하고 새롭다.학교 수학공부는 싫어하지만 인생에 대해 뚜렷한 철학이 있는 성숙미가 있다. 시키지 않았지만 꾸준히 할아버지를 찾는 소녀는 할아버지를 돌보는 관찰과 배려가 꽤 섬세하다. 마냥 순진 발랄한 소녀 시선으로 전개되는 듯 하다 27화부터는 새삼 성숙되고 진지해진다. 오히려 린다를 통해 배운다. 심지어 인간이 1분에 몇 번 호흡하는지 검색하면 성인은 열두 번에서 열다섯 번(P. 138)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까.


일방향인 듯하지만 분명한 쌍방향 우정치매 할아버지는 감정과 기억이 매일 매 순간 다르다.건강 상태도 그때그때 다르다. 심지어 심장박동도 일반인과 다르기에 매번 확인을 해야 한다. 그 어떠한 말을 해도 소녀는 다 받아준다. 어떨 땐 소녀에게 조언도 구한다.보이기론 일방향적인 듯한 관계인데 지나고 보면 분명한 쌍방향 정이 흐른다.소녀와 호베르토의 잔잔한 우정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일에 직면하게 될지 몰랐다. 이제는 문제가 뭔지 살펴서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P19
탄생과 죽음 사이에 있는 모든 것, 정말로 모든 것이 불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삶은 맹렬하게 다가온다. - P84
후베르토는 이제 거의 걸을 수 없다. 누가 잡기라도 하는 것처럼 양쪽 발이 바닥에 붙어 있다.
우리는 결코 오고 싶지 않던 곳에 이르렀다. 그는 이제 정말 후퇴할 생각인 듯 하다.- P138
후베르트와 둘만 있을 때면 나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춘 다. 그러는 게 불편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한다.
또는 엄지로 그의 이마에 성호를 긋는다. 또는 " 신이 할아버 인사예요 " "할아버지 엄마가 보내는 지를 지켜주기를‘ 이라고 말한다.- P140
나는 그의 맥박을 일부러 세지 않는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그의 파르스름한 입술에 번져 있는 부드러운 미소다. 마치 애쓰지 마‘라 친구들, 여기까지야. 너무 고 말하려는 듯하다. 물론 우리는 애쓴다. 그러니까 내가 애쓴다는 뜻이다. - P142
이건 느린 죽음이다. 뇌세포와 피부세포가 죽고, 근육이 허물어진다. 머리카락과 속눈썹이 빠진다. 모든 것이 적어 지고 또 적어지지만 눈썹만 숱이 많아진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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