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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둥이님의 서재
  • 시골 소녀들
  • 에드나 오브라이언
  • 15,300원 (10%850)
  • 2024-09-25
  • : 598
은행나무출판사의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8번째 소설 <시골 소녀들>.<시골 소녀들> 3부작 중에서 첫 번째 소설이다. 
읽기도 전에 이미 SNS에서 제목과 '악명 높은 소설'이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빼앗겨 버렸다.'대체 소녀들이 뭘 어쨌길래?' 라는 의문은 기본값.
주인공은 캐서린과 바바 두 소녀다.두 소녀의 우정과 함께 성숙해가는 성장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그 안에는 매주 미사와 고해성사를 지키고 가톨릭 교리를 철저히 지키는 아일랜드 사회 안에서 아슬아슬 줄다리기 하는 듯한 행위들이 포함되어 있다.예를 들면, 캐서린을 좋아하는 나이든 아저씨들의 취향, 원조교제를 떠올리게 되는 젠틀먼씨의 취향, 10대 소녀들이 대학생이라고 나이를 속이고 남자를 만나는 등등
캐서린과 바바는 서로 집안 사정까지 뻔히 알고 지내는 단짝.처음엔 캐서린에게 "반푼이"라고 무시하는 바바가 학교폭력 주동자인 줄 알았다.허나 이 둘은 수녀원도 같이 입학하고, 퇴학 당하고, 같은 날 더블린으로 떠나 18세가 되기까지 쭉 함께 한다. 
이 둘은 부모님의 절대적인 의견으로 수녀원에 들어간다.감옥같은 곳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다가 발칙한 바바의 아이디어로 인해 둘은 퇴학 당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정당하지 못한 퇴학 사실을 쉬쉬 하는 데 철저히 종교에 의지하는 아일랜드 사회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답답한 수녀원에서 나오니 자유에 대한 갈망이 더욱 깊이 간절해 졌으리라.
캐서린은 아빠뻘 정도 되는 젠틀먼씨를 사랑하게 되고, 더블린을 떠나는 날 기차 안에서부터 피우기 시작하는 담배, 주말만 되면 화려한 화장을 하고 클럽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이 부분, 10대 소녀의 비행(?), 방황(?) 모습때문에 출간된 당시는 금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이 소녀들의 방황은 굉장히 유쾌하고 재밌어 보여서 걱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주 배경이 되는 1900년대 초기의 아일랜드 풍경들이 캐서린 시점에서 아주 선명하게,마치 오래된 사진을 보고 있는 듯 표현되었다.캐서린의 심경 표현은 시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표현을 지금 시대에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른다.마음껏, 걱정없이 읽어도 되니까 말이다. 


저 멀리 언덕이 푸르스름한 빛을 띠었고 언덕 사이로 먼지를 뒤집어쓴 라일락이 서 있었다. 건초를 만들기 위해 농부들이 낫으로 벤 풀을 길가에 늘어놓고 있었고, 아이들은 둥그런 건초 더미 위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사과 심을 배수로에 던지고 있었다. 반은 향료 같고 반은 향수 같은 건촐 냄새가 차창으로 흘러 들어왔다.- P101
생긴 건 병원 같았지만 마취제 냄새 대신 왁스 광택제 냄새가 났다. 먼지 한 톨 없이, 무시무시하게 깨끗했다. 낯선 장소에서는 먼지가 정겹고 위안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117
난 얼음장처럼 찬 이불 속에서 씨앗 케이크를 먹었다. 방 전체가 울고 있었다. 이불 아래에서 흐느끼는 소리, 목이 메는 소리가 들렸다. 숨죽인 울음. - P124
"정말이냐?" 그녀가 물었다. 그 질문은 냉랭한 방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쨍 울렸고, 장식 가득한 높은 천장이 ‘정말이냐?‘라고 묻고 벽난로 위 금시계도 똑딱거리며 ‘정말이냐?‘라고 묻는 것 같았으며, 그 방의 모든 사물이 나를 비난하는 듯해서 난 완전이 겁에 질려버렸다.- P182
우리는 키득거리면서 낯선 승객들에게 ‘어쩌라고‘식의 표정을 보이면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내 생각에 우리가 대도시에 도전적으로 맞서는 들뜬 시골 소녀들의 삶을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를 본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발가벗고 있다는 사실을 막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우리는 젊었고, 우리 생각에는 예뻤으니까.- P209
난 비 내리는 밤, 머리는 마구 헝클어진 채 기적 같은 입맞춤을 바라며 입술을 내밀고 가로등 아래 선 내 모습을 상상했다. 입맞춤. 그 이상은 말고. 내 상상은 거기서 더 나가지는 못했다. 두려웠다.- P249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섬세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움켜쥐었다. 그가 내게 키스했을 때 내 몸은 빗줄기가 되었다. 부드러운. 넘실대는.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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