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작품인 '노멀 피플'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던 분위기를 풍긴 작품.-
아마도 저자의 이런 글쓰기가 주된 장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노멀 피플을 책이 아닌 영상으로 먼저 접했기에 이번 작품은 책으로 우선 읽고 싶었다.
살면서 타인에게 나의 감정을 이해해 달라거나 이해시키기 위한 언변과 행동들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굳이 피로도를 느끼면서까지 그들에게 나의 상황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바, 이 작품을 쭉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행동을 통해 그들이 견뎌내는 삶들 중 일부가 이런 생각들을 들게 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33살의 형 피터와 10살 아래인 이제 막 대학 졸업을 한 이후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이를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동생 아이번, 그리고 피터와 관계를 맺고 있는 실비아와 10살 아래인 나오미, 체스 신동이라 불렸던 아이번이 조그만 고장에서 열린 체스 대회에서 만난 13살 연상의 이혼녀 마거릿과의 만남을 통해 들려주는 내용이 마치 방백처럼 이어진다.

총 3부로 나뉘어 피터의 불완전한 삶에 대한 자살 충동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는 전 애인 실비아의 곁을 떠나지 못한 채 나오미를 지원해 주고 그에 걸맞은 관계를 이어가는 연속성에 대한 딜레마들, 현격한 나이차와 주변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아이번을 사랑하는 마거릿의 고민과 자신을 바라보고 이해해 주는 여인에게 푹 빠진 아이번의 사랑들이 따옴표 없는 대사와 때론 마침표도 없는 문장들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에 가까웠던 이들의 죽음을 통해 받아들이는 상처의 고통은 이를 어떻게 견뎌내며 받아들이고 그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가면서도 흐릿해지지만 결코 잊을 수없는 상실의 마음들이 간직돼 있다.
이들 형제가 한때는 다정한 사이였다는 점, 동생은 형에 대한 우상화 내지는 자신도 형과 같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제는 서로의 다른 대화법과 상대에 대한 생각들은 점차 사이가 멀어지는 이유가 된다.
그런가 하면 전 애인을 떠날 수 없는 사랑의 마음과 현 어린 애인과의 사랑은 마치 정신적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면에서는 실비아, 그녀가 해줄 수 없는 것을 해줄 수 있는 나오미와의 육체적 사랑은 그녀들 모두를 사랑함으로써 어느 한쪽과 이별할 수 없는 실험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피터의 아픈 마음들이 초반엔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랑법이었지만 후반에 이르러 그가 안고 살았던 상처들과 현실에서 제대로 확고한 이별과 사랑을 거치치 못한 여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 이후엔 조금 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반면 두 형제간의 다툼으로 이어진 그날의 대화들은 제대로 표현된 대화의 미숙함이 내재되었다는 사실과 이후 두 형제의 만남을 통한 아버지 장례 이후 실은 그들조차도 알지 못할 수도 있었던 걱정들이 있었음을 드러낸다.
저자의 작품이 기대했던 것처럼 빠른 템포도 아니었고 그들이 나누는 사랑법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설정이라 소설이 지닌 재미면에서는 실망이 컸던 부분도 있던 소설이었지만 그들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통한 이혼한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성장기의 아픔, 계급차에서 오는 현실적인 경제적 괴리감, 가족과 형제, 연인 간의 구도를 통해 저자가 들려주고자 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 “결국 삶은 그물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유로운 삶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 원인은 타인이며, 인생은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살면서 각에 맞춰 정확한 삶이란 없듯이 이들이 펼쳐 보인 앞으로의 인생구도는 아버지 장례 이후 막간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결정적인 한순간에 그들이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피터가 그려본 보다 나은 삶을 생각하는 장면은 희망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