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타계 1주년이 지났지만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에 미국과 동시에 출간된 그래픽 노블을 만나는 것도 나름대로 뜻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신작, 뉴욕 3부작이다.
그래픽노블 특성상 원작의 해석에 가깝게 내용을 포함한 그림들이 함께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우선 궁금했는데 한 사람의 작가 그림이 아닌 작품마다 개성 있는 작가들의 그림들이 들어있어 글로만 대했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사랑하는 뉴욕을 배경으로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 속 내용은 독립적이면서도 모두 읽은 후에 다시 바라보면 작가의 큰 계획 하에 하나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지어볼 수 있게 한다.


세 작품인 '유리의 도시', ' 유령들', '잠겨있는 방'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관찰자와 그 관찰자의 대상이 되는 자의 관계, 자신이 타인을 주시하며 행동관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현실, 그 현실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란 존재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존재의 상실성을 경험하는 과정들은 뉴욕을 배경으로 더욱 깊은 서사를 느껴보게 한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 추리소설가로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 이름인 필명으로 살아가는 작가가 어느 날 걸려온 전화를 계기로 폴오스터 탐정노릇을 하게 되고 피터 스틸먼이라는 자를 관찰하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과정을 그린 '유리의 도시'나 화이트의 의뢰로 블루가 블랙을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비교대상과의 만남과 자신 또한 관찰대상자로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유령들', 이름 없는 화자가 친구 팬쇼의 유작을 정리하면서 그의 부인과 결혼하고 아들까지 입양하면서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살아가면서 자신이 친구의 인생을 대변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지,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존재인지에 대한 경험과 혼란을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대표하듯 그렸다.

소설로도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그림이 섞여있기에 다소 접근이 쉬우긴 했으나 최근 유고작품으로 접했던 작품 및 타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는 철학적인 면들이 많이 보인 작품들이란 생각이 든다.

뚜렷한 답이나 시원하게 결정적인 결론이 없는 열린 해석을 통해 스스로 내용을 의미하는 시간을 주는 의도가 깃든 작품들, 천천히 읽어볼수록 곱씹어 볼 수 있는 그래픽 노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