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에 너무나 가혹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어서 뒤집기 어려운 불평등 속에서 성장하고, SNS나 다른 매체로 타인과 비교하기 너무나 쉬워진 환경. 단순히 은따를 당하거나 아웃사이더로 사는 게 아닌, 외면할 수 없는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교권은 무너지고, 젊은 교사들은 적응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를 정보로 접하다 보면 과연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게 된다.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지고,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쉬워졌다. 부모도 맞벌이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 무너진 교권과 가정 속에서 아이들은 버림받고 외면당하고 있다.
<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은 범죄심리학자이자 아동심리학 교수인 데구치 야스유키가 38년간 1만 명이 넘는 비행청소년과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마주친 진실에 대한 기록이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 기저에는 '부모가 던진 말 한마디'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모가 옳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아이에게도 좋은 것일까? 어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잘 못 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잘 되라고 했던 말 한마디가 아이를 괴롭히는 독이 될 수 있다. 책에서는 평범한 아이가 비행을 저지르게 된 실제 사례를 분석하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 결정적인 말, '아이를 망치는 말'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부모의 잘못된 말습관을 바로잡는 동시에 아이가 보내는 SOS 신호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심리 요법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를 구하는 말'을 소개한다.
2장에서 7장까지 등장하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라는 아이의 멋진 개성을 파괴하고, "빨리빨리 해!"라는 아이의 미래 예측 능력을 방해하고, "열심히 해"라는 아이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말이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라는 아이의 눈부신 자기 긍정감을 해치고, "공부 좀 해라"라는 부모와 아이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조심해"라는 아이의 공감 능력을 죽이는 말이라고 한다. 그저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부모의 한마디에 뒤바뀌는 아이의 미래.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오롯이 전달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애정이란 일방적인 게 아니라 양방향이어야 한다.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 넷플릭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디즈니 플러스의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면 문제 아이 뒤에서는 문제 부모가 있다.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는 사이코 패스는 어떻게 탄생되는가를 부모의 대물림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고 처방전을 제시하는 걸 보고, 육아 관련 책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육아에 과연 정답이 존재할까? 누구나 100% 옳은 방법으로 자식을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노력은 하겠지만, 모두가 부모나 자식의 역할은 처음이라 다 알 수가 없다. 제대로 된 부모라면 어떻게든 자신이 결핍되었던 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미혼이라서 육아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육아에 지쳐 우울증에 걸렸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주변 친구의 조카를 함께 돌봐주고 놀아보면서 느낀 점은 육아는 정말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점이었다.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워주고 보호해 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부모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우선적이지 않을까? 부모에 대한 문제를 되짚기 전에 먼저 병든 사회와 환경이 변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