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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bath Cafe
  •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 김영숙
  • 16,920원 (10%940)
  • 2023-10-02
  • : 715



​국립중앙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라면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조반니 벨리니, 보티첼리, 라파엘로, 카라바조, 티치아노, 렘브란트 등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많았기에 기대했던 화가나 작품들보다 더 감동받았다. 시대가 선택한 '거장'의 작품을 보면서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회화의 흐름을 담은 서양미술 명작을 통해 미술의 관심이 신에서 사람으로 향하는 모습을 조명한 전시였다. 르네상스 작품에 관심은 많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감상해 보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보러 가기 전에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그림에는 시대적 반영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그림을 보면, 역사, 문화, 철학, 신화, 종교 등 여러모로 교양 지식을 저절로 쌓을 수 있다. 예술서적을 원래 좋아하지만,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하는 130점의 그림들과 화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너무나 흥미로워서 아껴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대다수는 알고 있는 지식이었어도, 어렵지 않게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독자분이 처음 접하셔도 너무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많이 다뤘지만 현대 작품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예술 관련 서적에서 가장 중요한 인쇄 색감에 신경 쓴 느낌이어서 더욱 맘에 든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 전체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서 세세히 알려주면서도 알쓸신잡 같은 지식도 함께 포인트로 집어준다. 무엇보다 각 챕터마다 이탈리아의 미술관을 소개해서, 직접 가고 싶은 맘에 더욱 커진다. 미켈란젤로와 율리우스 2세와의 갈등, 브라만테의 질투심. 벽화를 완성한 뒤 외설 논란에 휩싸여서 제자가 대신 가려주는 수정을 했다는 등의 사건과 인물, 시대를 중심으로 한 작가 특유의 스토리텔링은 다방면의 지식으로 꽉 차있다. 라파엘에게는 베끼지 말라며,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작품 상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소통했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다. 라파엘로가 사랑했던 여인 포르나리나를 작품 속에 어떻게 표현하고 넣었는지, 그녀로 추정되는 그림들을 모아놓기도 했다.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도 위를 쳐다보면서 기도하는 모습의 그림이 있었는데, 그런 그림을 <소토 인 수>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카라바조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그린 유딧의 그림을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건 흥미롭다. 남자 입장인 카라바조가 그린 그림 속의 유딧은 어리고 연약하고 겁먹은 듯한 느낌이며, 죽임당하는 남성의 모습이 더 부각된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로 스승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재판까지 가서 모욕을 당해야 했던 젠틸레스키의 그림을 보면 두 사람이 함께 협력해서, 남성을 결연한 모습으로 응징하고 있다. 피와 놀란 남성의 얼굴, 젊고 어린 모습만 부각된 카라바조와의 그림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으려고 한 그녀의 그림이 그 시대에 얼마나 큰 반향이었는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수산나와 장로들>을 그린 같은 이야기 다른 그림들을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 명확하다. 수산나를 모욕하려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인데도, 한쪽은 피하고 반항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다른 한쪽은 남자를 유혹하고 있는 형상이다. 


아마도 그림 그려주고도 교수형으로 죽지 않을까, 엄청나게 노심초사했을 한스 홀바인. 후세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헨리 8세 초상화 중에 그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고 멋지다. 독일 화가로 영국에 정착해서 왕의 전속 화가로 살아간다는 건 어땠을까? 그것도 6번 결혼한 왕의 화가로 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클레비스의 앤의 초상화를 너무 아름답게 그려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에피소드, 그래도 나중에 재의뢰해서 만족할 만한 그림을 그려줬다. 


미술관 가면, 그림을 보지 않고 글자 읽고 오디오 해설 듣고, 사진 찍느라 다들 바쁘다. 미술 전시를 보러 온 목적과 감상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겠지만, 미술관에서 제발 공부하지 말자. 전시 보러 올 시간 동안만 그림에 대해서 공부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대신 도슨트 해설을 보기 전이나 후에 그림과 마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자. 그림과 마주하면서 화가의 영혼과 대화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작품을 다각도로 감상할 시간은 이때뿐이다. 교양 지식은 평소에 조금씩 <처음 만나는 7일 미술수업>같은 예술서적을 읽거나 도록을 통해서 쌓는 건 어떨까? 급하게 전시 보는 2~3시간 동안 쌓는 지식은 오래가지 않는다.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보기 전이나 후에 꼭 읽어보시기를 다시 한번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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