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 사마천과 사기의 세계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도서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첨 문자를 받고 몇 주 뒤 ‘자유인 사마천과 사기의 세계’라는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받고 나서 한 달 안으로 후기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지만 어떤 시커멓고 커다란 벽이 날 비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평소 자기계발 서적이나 가벼운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는 내가 인문고전 책을 읽는 것은 어느 장인이 한땀한땀 수를 놓아 옷(?)을 만들었듯 나도 한자한자 온 집중을 다 해가며 그 내용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고행이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며 낸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아 앞으로 고전과 철학서를 꼭 읽겠다 라는 마음을 먹던 참이었다. 허나 막상 나의 첫 고전이 사마천의 사기와 관련된 책이며 그것도 일본인 역사연구가의 책을 옮긴 책이라니...(발행년도를 보니 2004년 인데, 이 책을 이벤트 도서에 특별히 선정한 이유를 알고 싶기도 함)
사마천? 중고등학교에서 사마천이 사기를 지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던 내가 막 이 책을 읽는데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평소 인문고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사기의 기본 방향을 일러주는 이 책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극단적으로 평범한 내 머리는 뇌의 블랙홀을 경험할 정도로 힘든 독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후기를 남겨야 하기에 이렇게 계장님 몰래 컴퓨터 앞에 앉아 아주 조용히 자판을 누지르고 있다.
이 책의 차례는 꽤 깔끔하다. 총 2부로 구성되어 1부(사기를 열며), 2부 (사기를 말한다)로 구성되어 각 부 사이에 작은 소제목(1부-1 지금까지 사기를 어떻게 읽어왔는가?, 1부-2 가장 오래된 정사(正史) / 2부-3 본기, 2부-4 세가, 2부-5 연표, 2부-6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친절하게 사기가 어떻게 읽혀져 왔는지, 사기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역사적인 관점이나 서술방식에 대한 의견이 서술되어 있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사기의 본기와 세가의 내용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으며 친절하게 그 시대의 연표와 작가의 사기를 보는 관점과 생각이 서술되어 있다.
책은 사기 서술의 기본적인 관점인 변증법적 역사관에 대해 말하는데, 변증법이라고는 마르크스의 변증법 밖에 몰랐기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 사전을 뒤져는 수고(?)까지 했다.
사기는 본기 12권, 표 10권 서 8권, 세가 30권, 열전 70권 등 모두 합쳐 13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기는 황제(黃帝)를 필두로 오제(五帝)부터 하(夏),은(殷), 주(周) 삼대를 거쳐 진(秦)과 한(漢)에 이르는 제왕의 기록이다. 본기의 뒤를 잇는 표는 역사적 사실을 가능한 간략화해서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게 하기 위한 것으로 사마천의 창의력에 기초한 것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표 다음으로 예서(禮書)로부터 평준서(平準書)에 이르는 팔서(八書)가 나오는데, 정치에 관한 특수한 제목마다 기사를 정리해 놓은 것이며 세가는 일정한 지역에 정권을 가졌던 봉건제후의 기록으로 그들의 흥망성쇠를 기록한 것이다.
사기의 내용 중 연표와 팔서를 제외한 본기, 세가 열전은 사마천의 가치관에 의해 세워진 구분 이라고 하는데 사마천은 사실은 사실로서 존중하면서도 사실을 뛰어넘은 가치관에 따라 구분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라고 필자는 말하고 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본기와 세가, 열전의 내용을 간단하게 기술해 놓았으며 마지막으로 사마천의 생각 읽기라는 제목으로 사마천의 인생관과 역사관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풀어 놓았다.
이책의 저자인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중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데 이 책은 작가가 1979년 78세에 쓴 책이라고 하니 우선 자기 분야에 관한 애정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후기를 남겨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완벽하게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한게 아쉽기는 하다. 내가 좀 더 사마천에 대한 기본적 지식과 고전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면 훨씬 좋은 후기가 되어 이 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나 앞으로 사기를 읽기 원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게 참 송구스럽다. 이 후기를 쓰고 나서도 난 이 책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때 까지 몇 번이고 읽어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중국 역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파악해야만 하겠지만 말이다. 다소 아니 많이 부족한 저의 후기를 혹시라도 읽고 계신분이 계시다면 엄청난 감사를 드리며 나의 후기 말고 더 좋은 후기가 나오길 기대하며 여기서 그만 계장님의 눈치를 보면서 작성하고 있는 후기를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