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는 미스터리 잡지였습니다. 예전에는 꾸준히 읽곤 했었지만 워낙 시장이 작아 폐간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무엇보다도 미스터리 잡지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정해진 시점이 되면 읽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만 해 주면 장르소설의 한 독자로서 계속 함께 할 것 같습니다.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김내성으로부터 시작하는 계간 미스터리는 다양한 컨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시대적인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초기 원형의 추리소설과 김내성의 추리소설관을 엿볼 수 있었던 첫 단계를 지나 기성작가들의 중단편, 신인상을 받은 분의 작품, 제가 좋아하는 도로시 세이어즈의 작품까지 골고루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더 미스터리 소설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이는 여름추리소설학교 후기와 SF작품까지 포함되어 있어 말 그대로 장르소설의 성찬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르소설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고 정태원 선생님에 대한 기사도 뭉클하더군요. 연세가 그렇게 밖에 안 되시는 줄은 몰랐는데 너무 아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잡지에서 신간 안내를 보고 구입하는 경우도 꽤 있어서 신간소설 안내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솔직히 머리를 탁 치는 것 같은 임팩트를 주는 작품은 발견하지 못 했지만 한국 장르소설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우리동네 살인마,와 ‘위험한 호기심’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월간이 아닌 계간잡지라는 점이겠지요. 우리나라 장르소설 시장이 확대되어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월간잡지도 살아남을 수 있고 거기에 실리는 단편들 중에서는 분명히 오래 마음에 남을 만한 작품들도 나타날 텐데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저도 계간미스터리를 읽으면서 한 명의 장르소설 팬으로서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그래도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있고 그런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