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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이 그리워졌다
  • 김용희
  • 13,050원 (10%720)
  • 2020-04-03
  • : 50

밥이 그리워졌다 / 김용희


이 책은 풍성하다.

책의 목차는 마치 음식점의 메뉴판을 보듯 우리가 잘 아는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

칼국수, 삼겹살, 상추쌈, 떡볶이, 양푼비빔밥 등...

듣기만 해도 군침을 자극하는 이 음식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 혹은 책이나 영화에서 그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의 글과 표현은 감각적이고, 감각적이다.

제1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에서는 가족, 특히 '어머니'와 과 함께 먹었던 음식이 소개된다.

한 가지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제1부에서 꽤 여러번 울었다.

나는 엄마에게 살가운 딸이 아니다. 타고난 성격이 무뚝뚝하고 무심하다.

장녀여서 그럴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냥 성격이 곰살맞은 편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어렸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커 가면서 나는 엄마 앞에서 말수가 점점 줄어드는 딸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엄마를 사랑한다. 많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 생각이 자꾸 났다.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먹고 싶었다.

지금은 자취를 해서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에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주는 이는 엄마밖에 없다."

밥이 그리워졌다 p.29


실연을 당하는 여자들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면? 양푼비빔밥?

뭐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닌데, 드라마나 책에서 이제는 클리셰처럼 쓰이기도 한다.

저자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실연을 당하고 냉장고에서

여러 야채 다 비벼 넣고 만든 비빔밥을 우적우적 먹는 모습을 이야기하며

비빔밥 얘기를 시작한다.

"그것은 자기 삶의 모든 맛을 받아들이겠다는 어떤 의지다. 내면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보겠다는 안간힘이다. 이 모든 문제를 딛고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밥이 그리워졌다 p.88


사랑이 끝난 허전함에 먹고 싶은 마음도 잃은 그녀들에게,

갖가지 채소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에 싹싹 비벼 먹는 비빔밥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니까, 먹고 힘내라고.

내가 기운내야 더 좋은 사랑이 올 수도 있음을 응원하는 메세지의 음식이라고나 할까.

책을 한 줄 읽을 때마다, 내 삶과 함께 하는 음식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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