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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물아홉, 취업 대신 출마하다
  • 오창석
  • 11,520원 (10%640)
  • 2019-02-18
  • : 91

스물 아홉 = 내 나이 / 취업 대신 출마? 띠용!

나랑 같은 나이의 청년이 겪은 정치의 세계는 어땠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만 29세이긴 했지만.

저자는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아나운서 취준생이었다. 총 7번의 최종 면접을 봤고, 그 중 세 군데에서는 아나운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군데는 회사가 망해버렸고, 한 군데에서는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100번의 이력서 접수와 이어지는 낙방 끝에 자기소개서 대신 출마선언서를 작성했고, 취업 대신 출마를 선택한다.

저자의 글은 약간 날 것의 냄새가 난다. 오,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거야?싶으니. 그러나 직접 정치판을 겪지 않은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저자는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대표의 16호 영입인사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전까지 정치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으나 결정적으로 그를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게 했던 동기는 당시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과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의원의 동반 탈당에 대한 분노였다.

영입되기 전 받은 면접의 질문이 무척 흥미롭다.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래 질문에 해당사항이 있다면 일찌감치 마음을 접는 것이 좋을 거란다. 이렇게 이잡듯 샅샅이 질문과 답변의 과정을 거쳐도 거짓말을 해서 나중에 난감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1. 연애를 한 적이 있는지

2. 결혼했는지

3. 혹시 그 연애의 대상 중 '유부녀'가 있었는지

4. 아이가 있는지 (결혼을 안했는데, 아이가 있는지 물어본단다. ㅋㅋㅋ 가끔 결혼하지 않아도 애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체크해야 한다나 뭐라나)

5. 유부녀를 임신시켜서 애를 가지게 한 적이 있는지

6. 혹시 본인이 혼외출산으로 태어났는지

7. 부모님 직업은?

8. 부모님 명의의 부동산이나 주식이 있는지

9. 내가 지겁 소유한 부동산이 있는지

10. 지금 어디 거주하는지

11.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는지

12. 내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13. 누군가의 차명 계좌를 관리한 적이 있는지

14. 마약이나 본드 등의 향정신성 물질을 다룬 적이 있는지

15.이전에 전과기록이 있는지

16. 다른 정당에 소속된 적이 있거나 출마한 적이 있는지

17. 운전면허가 있는지

18.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는지

19. 군대를 다녀왔는지

20. 지금까지 말했던 것이 모두 사실인지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인맥 싸움이 굉장히 중요하다. 선거 관련하여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정치권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도 '행님'하고 부르며 넉살을 떨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철판이 아니고서는 힘들겠다 싶었다. 저자가 출마 준비를 하면서 '피아식별'이 안된다는 글을 여러번 썼다. 같은 당이면 무조건 서로를 도와주는 협력관계일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더라는 교훈이었다. 출마를 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기도 할만큼. 전략공천을 받지 못해 예비 경선을 치르게 된 저자는 예비 경선에 들었던 비용을 적었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일시불로 3200만원!)

1. 선관위에 내야하는 1500만 원의 기탁금

2. 더불어민주당에 내야 할 정당 기탁금 200만 원

3. 예비 경선 진행 ARS 비용 1500만 원

그 전까지 취준생이었던 저자가 이렇게나 거금이 어디서 났을까. 정년퇴임을 3개월 앞둔 공무원 아버지의 퇴직금 담보 대출로 마련했다고 한다.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비빌 언덕은 있었던거다. 이 3200만 원의 기본 자금 이외에도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아직 남아있다. 구체적 액수는 확실하지 않으나 정당 점퍼, 선거 홍보용 웹 포스터 제작, 길거리에서 나눠 줄 명함 제작, 자동차 렌트, 운전기사 고용, 식비, 선거 사무실 임대 등등...이것만은 확실하다. 정치는 돈 없으면 못한다. 절대로...어중간한 돈 갖고 시작했다가는 풍비박산날 듯.

저자는 예비 경선에서는 승리했으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낙선한다. 누가 첫 술에 배부르랴. 저자는 사실 될 줄 알았다고 말한다. 이유는 첫번째로 새누리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은밀하게 오창석 후보를 지지했다고 한다. 정치판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으니 많이 놀랍진 않았다. 두번째는, 근자감과 더불어 자기 세뇌에 의한 것이었다. 새누리당 조경태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는 판이었긴 하나, 어떤 유권자도 본인의 패배를 기약하는 나약한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진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스스로 반드시 된다,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나하나의 행동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

누가 봐도 떨어질 선거라도 적어도 후보만큼은 미쳐서 반드시 이번에 당선된다고 생각하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은 악수 한 번, 인사 한 번에 그대로 묻어나고, 고스란히 지지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런 정치뽕이 있어야 하다못해 '저 놈 저거, 떨어질 텐데 저렇게 열심히 하네, 나라도 찍어줘야겠다'는 동정표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중략) 어설프게 다음을 기약하며 준비했다간 그 '다음'이란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 있다.

p119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네 삶 곳곳에 적용될 명언이다. 오늘의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

아직도 나는 정치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 나라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백프로 진심은 아니더라도,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기 급급해 코미디보다 더 웃긴 쇼를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치. 선거 때 되면, 후보들이 유동 인구 많은 곳에서 인사하고 명함 나눠주고. 그리고 선거 끝나면 볼 일 끝났다는 듯 코빼기도 보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처음에는 인심좋게 정치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도 두번은 안 속는다며 등을 돌리는게 아닐지. 나도 정치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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