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고르는 우선순위의 맨 윗줄에 놓는 항목은 단연 작가다. 작품이 좋아서든, 사람이 좋아서든, 혹은 강연이 좋아서든(실제로 시집은 잘 안 읽지만 강연이 좋았던 시인들의 시집을 자주 산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 알림 신청은 필수다.
첫 번째 항목에서 메리트가 없을 경우 다음으로 보는 것은 역시 제목과 표지다. 이렇게 또 제목과 포장의 중요성을 인정해야만 하는 건 왠지 씁쓸하지만, 독자로서 제목과 표지가 눈에 들지 않는다면 책 소개 글까지 눈이 가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가히 만점짜리 제목이었다는.
프랑스 문학이라면 카뮈나 위고에서 끊긴 지 오래라, 르노도상 수상, 부커상 파이널리스트, 메디시스상 파이널리스트로 이어지는 데팡트의 소개를 보면서 그냥 ‘이런 상도 있었군’ 정도의 감상이었던 것에 반해, 그녀의 인생사를 알고 나서는 다른 작품들도 좀 궁금해졌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얼마간의 유명세를 지닌 40대 남성 작가 오스카와 슬슬 주연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50대 배우 레베카, 그리고 오스카를 미투로 고발한 20대 도서 홍보 담당자 조에가 주고받는 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세 인물이 각자 꺼내놓는 이야기는 성별, 세대, 계급, 그리고 그들이 처한 서로 다른 상황이 하나의 문제를 두고도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너무 쉽게 혐오로 이어진다.
페미니즘과 미투뿐만 아니라 세대 갈등과 늙음에 대한 공포, 불안과 우울, 중독, 코로나로 인한 단절 등 현대의 사회문제 전반을 폭넓게 담아내고 있어 페미니즘에 장벽이 있더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제목에서 풍기는 쫄깃한 재미를 기대한다면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