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쏘쏘였다.
문윤성SF문학상을 수상하셨다지만, '이경'이라는 이름은 낯설었고 십장생도가 생각나는 표지 디자인도,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외국 속담이 생각나는 제목도 뭔가 내 취향이랑은 좀...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래빗홀클럽 1기 모집 피드 속 "래빗홀클럽 키트"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놈의 물욕...) 신청을 해버렸고, 운 좋게 당첨이 돼서 책에 수록된 단편 두 편을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론! 물욕에 낚인 나님을 칭찬하는 걸로ㅎㅎ
작가님께서 국문과 박사에 연구자의 길을 걸으셨다더니, 먼저 공개된 단편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얼핏 학위논문의 탈을 쓰고 있다. 육아에 찌든 미주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영유아용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베이비케어에서 판매하는 젖병 소독기인 '보틀스'에 탑재되어 있는 (그 이름도 거창한) 대화형 비주얼라이즈드 AI '엔젤'이다. ()
소설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고, 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밝혀가는 흐름을 따라가면서 "아기와 나만 존재하며, 내가 아기의 모든 것을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는 독방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독방의 시간에 필요한 건 대단한 도움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공감이라는 것도...
두 번째로 공개된 표제작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주인공 헤인과 이안이(딸인지 아들인지 궁금해졌지만, 소설에 아기 성별에 대해 나와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고... 다시 찾아보러 가긴 귀찮으니 패스...) '황새영아송영'이라는 최고급 영아송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백업 요원" 남편이 외국에 나가 있는 혜인은 홀로 독박 육아 중이다. 육아 휴직 기간이 끝나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와중에 아기를 봐 줄 친정 엄마는 바로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어린이집이 2주간 휴원을 한다. 색색대는 아기 옆에서 멘붕에 빠져 질질 짜다 연 것이 바로 황새영아송영.
사악한 가격을 제외한다면 황새영아송영 서비스는 혜인에게 꿈같은 서비스였다. '직원'이 오렌지색 눈을 가진 AI면 어떠랴, 나라면 그대로 우주로 납치된다고 해도 쉽게 내리지 못했을 거다.
두 편 모두 육아의 고됨과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육아를 경험하지 못한 나도 100%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내 한 몸 돌보기도 힘든 세상에서 우리 모두 돌봄 노동자이니까.
+ 입에 짝짝 붙는 현실 대화들이 아주 매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