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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doo님의 서재
  • 셜록 홈즈의 머릿속
  • 시릴 리에롱.브누아 다앙
  • 19,800원 (10%1,100)
  • 2023-01-16
  • : 1,208
유년 및 청소년 시절 문고판으로 나온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을 접했던 세대에 속한 사람이라면, 코난 도일경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플롯,예컨데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탄탄한 추론으로 사건을 조사해 나가면서 종국에는 의외의 범인 혹은 결말이라는 전형적 추리소설의 패턴에 중독되어 있을 것이다.
정말 이 패턴은 이제는 지긋지긋하기도 할텐데, 또한 그것이 그러지 못한 이유가코난 도일경 사후 원작이 만화, 영화, 연극 심지어 뮤지컬로 다양한 플랫폼으로 변주, 소개되어 대중들에게 어필했지만 그대로 소설이라는 활자에 기댄 "그래도 원작만 못하다."라는 견해가 적어도 내 세대의 영역에서는 주류를 이룬다.
(물론 요즘 세대에게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주연의 현대적 '셜록'에 익숙해 있을 수는 있지만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다.)
바로 이 의견. "그래도 원작만 못하다."는 상당히 이율배반적이다. 무엇인가 'Something New'를 원하면서 결국 지겨움으로 회귀하는 이 것.
오리지널을 넘은 '무엇인가'를 보고싶지만 결국 그 '무엇인가'를 보면 오리지널이 더 낫다는 이 심보. <셜록 홈즈의 머릿속>은 이런 면에서 상당히 영리하고 전술을 명확히 한다.
우선 이 작품의 공동저자가 두 명 다 일러스트레이터 점에서 방향성이 명확하다. 그것은 이 '무엇인가'를 바로 '보여주겠다.'로 결정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들의 전문분야가 '그래픽노블'이니 '그래픽'에 방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다.
그럼 '보여주겠다'를 아서 코난 도일경의 '문자'로 묘사된 전작들을 그대로 그림으로 묘사하고 적용할까?
설사 그래도 어느 정도 평타는 치겠지만 그렇다면 무엇인가 새로운 '셜록 홈즈'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그간의 경험으로 보건데 역설적으로 '오리지널'에 대한 향수가 더 짙어지는 결과만 초래한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보여주기'를 선택하고, 그리고 원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창조한다.
이쯤되면, 어? 굳이 그럴거면 왜 셜록 홈즈야? 그냥 그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면 되잖아. 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적이 프랑스인인 이들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인인 코난 도일경과 그가 창조한 영국의 표상과도 같은 허구의 인물의 열렬한 추종자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왜 아르센 루팡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그의 명성에 기댄다.
즉, 새로운 이야기는 코난 도일 스타일을 어느 정도 답습하겠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방법에 있어서는 이제껏 보여주지 못한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종이라는 매체를 빌려서... 그래서 이 두 작가가 100페이지 남짓한 그들만의 스케치북에 그려넣은 이미지들은 경이적이고 상당히 멋진데, 독자들은 이 이미지라는 훌륭한 가이드를 따라 기존의 이야기를 선형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셜록 홈즈가 포로로 잡아넣은 세부사항들과 단서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포로들을 풀어주거나 조이면서 추론의 원천인 홈즈의 머릿속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사건 해결과정을 조망하면서 간혹 마주하게되는 종이책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확인하는 것도 즐겁다.
종이면을 불빛에 비추어 몽타쥬를 확인하거나 페이지를 둥글게 말거나, 거꾸로 보는 등의 행위 자체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레트로에 대한 향수를 스멀스멀하게 안긴다.
혹자는 너무 현란한 이미지와 시각적 흐름을 거스르는 전개방식에 있어서 간혹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수도 있겠다. 사실 이 책에서 어찌보면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더군다나 배후가 완전히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 만큼 모든 활자와 문자를 마치 먹어 치우듯이 스타일리쉬하고 비쥬얼이 강렬하다.
이쯤되면 적어도 Something New는 충족하면서 Something Different 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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