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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 강덕구
  • 16,200원 (10%900)
  • 2024-12-10
  • : 1,730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어둠은 빛과 함께 존속한다. 세계에서 빛과 차이를 만들어주는 어둠은 단지 이분법적 사고로 규정해서는 안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어둠을 두 가지, 따뜻한 어둠과 죽음과 연결된 어둠을 구분한다. 따뜻한 어둠은 우리를 감싸고 위로해준다. 사방에 둘러싸인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왜 포근하다는 감정을 느낄까? 빛과 달리 어둠은 그 내면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을 숨기고 힘들었던 일들을 감춰주는 배경으로서의 어둠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안정을 준다. 반면 죽음과 연결된 어둠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죽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어두운 색채를 띄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영웅은 언제 등장하는가? 영웅은 빛 그 자체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투쟁하고 받아들이는 자들을 의미한다. 이 영웅들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로서 저자는 20세기의 멜랑콜리적 감성을 지닌 필름누아르에 대해 설명한다. 필연적으로 실패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필름누아르의 주인공들에게, 관객은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지만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있다. 이들의 절망적인 행동들 속에서 영웅적 행위를 포착하는 것, 그들은 공동체로 인해 파괴되므로써 역설적 영웅주의를 실현하고 실패를 통해 진정한 영웅으로서 그들의 본질적 자아를 표출한다. “어둠 속에 있는 인간은 사실 내면에 빛을 보유하고 있다.“ (45) 모든 행위들은 실패를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빛, 즉 희망은 존재한다.

모더니즘 소설은 불확실성에 기초를 다지고 있다고 서술하며 이를 장르 소설과 연결시킨다. 여기서 <기나긴 이별>을 예시로 드는데 불확실한 정보들만을 받아들이는 뒤늦게 도착하는 탐정의 시선을, 세계 전체를 다 보여주지 않는 소외된 자들의 관점의 모더니즘적 실험을 펄프 픽션 형식으로 재해석한 동시에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를 보여준다. 모더니즘 문학은 돌아갈 곳이 없는 자들, 고향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만들어낸 사조이다. 새로운 곳에 정착한 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언어. 그들은 과거로부터 탈피하고 기존의 것을 갈아엎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2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파트는 정지돈과 제발트, 박대겸과 볼라뇨를 끌고 오며 문학이라는 꿈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고리 형태의 문학, 호메로스는 고리를 통해 각각의 서사에 연결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제발트는 고리로 영원한 미로를 세우고 그 속에 독자를 밀어넣는다. 안개에 둘러쌓인것과 같은 이 상황에 처한 독자는 기승전결의 플롯을 예상하지만 제발트의 소설에는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정지돈의 소설에도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적용된다. 제발트가 허구로 사실을 쌓아갔다면 정지돈은 사실 중에서도 여담들, 겉가지와 같은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소설을 써낸다. 정지돈에게 책은 절대적이고 현실은 책의 모방과도 같은, 열등한 세계로 취급된다. 반면 박대겸은 볼라뇨의 추종자이지만 그와 정반대 스타일의 소설을 구사하며, 고전적인 방식을 따라간다. 그의 작품은 시작과 끝이 있는, 책은 도구이며 결국 우리는 현실을 살아야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여기서 저자는 평범한 한 인간의 관점에서 박대겸의 의견에 찬성한다. 문학은 단지 꿈, 가상일 뿐이다.

20세기의 다양한 문화적 매체들, 영화, 책 ,음악을 둘러보며 어떤 영웅들이 존재했었고,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마지막으로 남은 유산들은 무엇이 있는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필연적인 몰락, 비록 영웅들의 시대는 물러갔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새 영웅을 찾아야한다. 이 책은 저자인 강덕구 자신을 뒤돌아보는 하나의 회고록이자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예언서이다.



*을유문화사에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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