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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zmic님의 서재
  • 리브라
  • 돈 드릴로
  • 16,200원 (10%900)
  • 2009-07-30
  • : 238
드릴로는 화이트 노이즈에서 가족과 현대문명에 대한 블랙 유머, 일상적 사건들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죽음의 대한 두려움을 그려냈다면 리브라에서는 역사의 한 사건을 처참하게 깨트린 후, 그 하나하나의 조각들을 모아 재구성하고 그로서 새롭게 창조된 픽션적 상상과 허구의 헌실의 결합을 보여준다. 의도된 음모론과 암살사건의 진실, 현재에서 바라보는 역사 속 개인들을 조명한다.

소설은 세가지 시점, 리 하비 오즈월드의 유년 시절부터 그의 최후의 순간까지의 장면들, 암살을 계획하는 인물들의 조직적 관계, 그리고 현재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일들을 기록하는 전 CIA정보부원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이 세상 안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24)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세상과 지하세계와 같이 감춰진 세상. 평범한 인간, 일반인과 다를바 없던 리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우연’하게도 또 다른 세상과 그 세상 속 인물들과 마주치고 그의 인생의 이정표들은 단 하나의 목표, 11월 22일 댈러스로 향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명확하게 구별되던 선들은 흐려지고 모든것은 혼돈과 함께, JFK 암살사건의 진실을 둘러싸면서 진행된다. 모든 사건들은 우연의 의해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세상에 우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우연적 사건들은 필연적 사건으로 환원된다.

작중에서 잭 루비는 의미심장한 생각을 한다. 바로 JFK를 죽인 리와 그 리를 죽인 자신은 어쩌면 동일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리를 죽임으로서 잭은 영웅으로 추앙받을줄 알았지만 현실은 리와 같은 취급을 받을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리와 잭은 동일한 배역 속에서의 두 자아로 나뉜 인물들이다. 이 세상은 하나의 영화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배역을 갖고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 경우, 같은 배역을 맡은 두 배우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자신을 죽인 자신, 하지만 이는 자살이 아닌 타인의 의한 죽음이다. 자기-죽이기를 실현한 배우는 끝내 미쳐버리고 만다.

“개인은 자신이 휩쓸려가도록 하고, 선택권이 없는, 한 방향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164)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정보들의 역사 속 개인은 무력하다. JFK 암살을 목표로 모인 다양한 인물들과 진실들은 리를 표적으로 내세운 음모론이라는 이름 아래서, 비밀과 함께 잊혀진다. 하지만 리의 이름은 역사라는 밤하늘에 새겨져 영원히 빛나는 천칭자리(리브라)로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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