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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이님의 서재
  • 지구가 깨졌다!
  • 다시마 세이조 그림
  • 12,600원 (10%700)
  • 2024-03-22
  • : 104

다시마 세이조의 신간을 마주하면 왠지 모르게 뭉클하다.

비슷한 나이대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기에 이렇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원로작가의 모습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또 오래도록 그의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구가 깨졌다!>는 다시마 세이조가 손주뻘 되는 글 작가와 호흡을 맞춘 그림책이다. 신인 작가와 대작가의 만남이라니! 젠체하지 않고 어린 마음을 헤아리며, 유쾌하고 자유로운 다시마 세이조의 작품과 닮은 멋진 행보이다.


글 작가 구니히로 가즈키는 이 그림책을 쓰기 전에는 음악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연극 연출과 음악을 맡았다고 한다. 다시마 세이조 작가는 그림에 오감을 불어넣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글과 그림에서 다양한 소리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눈을 감고 길게 늘어지게 잠든 악어 그림에서는 고요함과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리고,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큰소리’는 몸이 두 동강 나는 듯한 충격적인 소리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쿵’ ‘지구가 깨졌다!’ 하는 글자에서는 조각조각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원숭이와 코끼리, 기린 같은 세상의 온갖 동물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그림에서는 골짜기를 울리는 듯한 뜀박질 소리와 여러 아우성이 요란하게 울리는 듯하다.


이런 떠들썩하고 혼을 쏙 빼놓은 소동이 기껏 귓가에 열매 떨어지는 소리였다니. 눈으로 본 사실보다 귀로 들은 소문만 듣고 부화뇌동한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사실, 이 그림책이 건네는 이야기와 상상력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 뭐야.” 별거 아니라며 멋쩍게 돌아가는 동물들 뒤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 하기 때문이다. 열매가 떨어진 자리에 땅이 갈라지고 부서지면서 진짜 지구가 깨지고 있다!

일본 그림책이다 보니 지진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별거 아니다 싶은 작은 충격일지라도 지구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경고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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