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순 님의 『나의 괴짜 친구에게』를 읽어보았어요.
틀만 있는 빈 나무의자가 고흐의 노란 의자를 연상시키네요.
더운 여름, 아이들은 호숫가를 향해 달려가지만 한 아이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아이는 피아노를 칩니다. 한 음 한 음에 귀를 기울이며....바로 그 나무 의자에 앉아서요.
연주회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사람들의 환호가 없는 날에도
너는 연주를 멈추지 않는 연주자였지.
아이는 조금은 남다른 괴짜 피아니스트가 되었어요.
더운 날에도 손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장갑을 끼고 다니고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여름에도 외투를 입었지요.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저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애썼을 뿐이에요.
고정순 작가는 8년 동안 책방에서 일하며 매일
글랜 굴드의 피아노 연주만 들었다고 해요.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처음으로 그가 피아노 치는 장면을 찾아보았어요.
그는 정말 그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온몸으로 연주하더군요.
글렌 굴드의 의자는 다리가 모두 고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연주할 때 몸의 각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죠. 연주에 들어가기 전 굴드는 두 손을 20분간 더운물에 담그고 자신이 가져온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고 하네요. 연주를 녹음하는 동안 굴드는 도취된 상태에서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불렀으며 몸을 앞뒤로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는 한순간에 만들어지기도 하겠죠.
하지만 고정순 작가님이 8년 동안 그의 음악을 들은 것처럼
작은 의자에 손때가 타서 빈티지한 느낌이 새겨지는 세월 동안
그렇게 천천히 만들어지는 이야기도 있는 거겠죠.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시길....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