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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지 않는 여름 1
  • 에밀리 M. 댄포스
  • 13,050원 (10%720)
  • 2020-01-20
  • : 467

 

 

10대 소녀의 사춘기에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성장 소설입니다.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고 1편을 읽은 후기입니다.

 

 

 

 

 

도입부 줄거리

 

1989년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의 몬태나주 동부에 있는 목장 지대가 많은 마일스시티.

사춘기에 접어든 12살 소녀 ‘캐머런’은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인 ‘아이린’과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매년 여름이면 엄마와 아빠는 호수로 캠핑 여행을 떠나고 없었고, 할머니가 대신 돌보고 있었다. 다음 날은 아이린의 집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고, 목장 건초 다락에 올라가 몰래 맥주를 마시던 중 아이린과 키스를 하게 된다. 두 소녀의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맥주가 용기를 주었던 것일까. 지난 이틀을 돌아보면, 아이린은 계속 캐머런을 자극했고 캐머런도 아이린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캐머런이 자기에게 키스할 수 있냐는 도발과 약간의 맥주는 일부분일 뿐이다. 짭짤한 맛, 맥주 맛, 어찔한 머리, 좋아진 기분, 그게 캐머런의 첫 키스 느낌이었다.

 

다음 날도 할머니에게 핑계를 대고 캐머린의 침대 이불속에서 둘만의 비밀이 계속되었다. 전화벨 소리가 들렸고, 아이린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 이층으로 올라오는 발소리, 노크하는 소리, 눈앞에서 머뭇거림이 느껴졌고, 아이린 아빠의 차를 타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든 것이 들통 난 것으로 생각했다. 두 소녀의 키스는 역시 지켜질 수 없는 비밀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저 키스 몇 번 한 거라고 연습이라고 변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집에서 캐머린을 기다리는 것은 부모님의 교통사고 소식이었다. 캐머린은 엄마 아빠의 죽음보다, 들키지 않았음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캐머런에게 계속 들키지 않는 비밀이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 될 수 있을까...

 

 

 

 

 

 

개인적인 후기

 

어른들이 말하곤 하는 ‘좋은 시절’의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웃고 달리고 부딪치고 쓰러지고 좌절하면서도 성장하는 그 시기. 주인공 캐머런의 좋은 시절은 우연히 다가온 정체성과 부모님의 부제라는 갑작스러운 두 큰 사건 속에서 나름대로 웃고 달리며 부딪치고 쓰러지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두근거림을 벗어나 보려거나 정당화하기보다는 깊어지는 자신만의 세상이 비밀을 간직한 여름이,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누군가 떠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라면서 때로는 자연스럽게 때로는 간절하게 말입니다.

 

소설은 캐머런의 시선을 따라 좋은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녀 간의 첫 키스의 비밀이 시작되는 상황을 소용돌이치듯 혼란스럽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뭔가 넓게 깊게 풍부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후에 펼쳐지는 주인공의 좋은 시절과 심리적 묘사도 조마조마한 비밀을 간직한 소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으레 겪게 되는 성장통에서 조금 비켜나 있을 뿐입니다.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세상 누구의 좋은 시절에는 비밀이 있듯이 캐머런에게도 작은 비밀이 있는 것처럼 바라보게 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들키기 부끄러웠던 그러면서도 조금씩 용기를 내어 다가갔던 우리가 느꼈던 그 시절 십 대의 두근거리는 감성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초 미국 지역 사회를 간접적으로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몬태나주 목장 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봅니다. 캐머런의 시선과 귀를 통해 주말에 교회에 활동하는 모습, 지역 최대의 축제인 카우보이 행사 보고, 이모의 방문 판매 묘사, 학교생활과 졸업식 댄스파티를 즐기고, 주변의 목장과 자연 모습을 느끼고, 수영장과 시내 영화관 등에서 생활하는 모습들에 빠져드는 재미도 있습니다. 캐머런이 보모의 사고 뒤에 안방에서 TV와 VCR를 자신의 방으로 가져와 비디오 빌려보면서, 상황이나 대화를 영화로 묘사하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그 시절 우리도 한 번쯤 보았거나 들어보았을 영화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습니다.

‘노르웨이 숲’이 1960년대 일본의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개방적 문화와 그 속에서 성장통을 겪게 되는 남주인공의 청춘을 그렸다면,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1990년대 미국의 동성애 문제가 심각해진 당시의 상황에서 한 소녀가 겪게 되는 성장통이나 청춘을 그렸지 않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와타나베’에서 남성적인 투박함이 묻어나는 전개와 묘사라면, ‘캐머런’은 뭔가 더 넓고 깊고 풍부한 감수성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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