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형태의 동거를 앞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nanyoung 2016/08/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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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같이 살래?
- 이유정.하수진
- 11,700원 (10%↓
650) - 2016-08-08
: 118
나도 동거라면 어디 내놔도 지지 않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기숙사 생활부터 시작해
다툼으로 순식간에 끝난 고모와의 짧은 동거,
고모집에서 나오자마자 살기 시작한 절친과 절교 위기까지 갔던 동거,
백수시절을 함께 견딘 친언니와의 동거,
매일같이 맥주판이었던 대학 친구 둘과 2년 간 했던 동거,
온라인으로 만난 친구와 동거, 중국인 친구와 동거...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형태의 동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이집저집 전전하며 살아본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집을 구하는 문제부터 방 배정, 가사 분담, 이런저런 갈등, 금전 문제, 집안 하자, 주인과의 월세 밀당, 여름겨울 날씨와의 사투 등 함께 살며 겪는 문제들을 이요와 수진이 번갈아가며 풀어놓는다. 두 사람의 글쓰는 스타일도 달라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수진 저자님은 유머, 이요 저자님은 정보 담당 같은 느낌?)
일단 집구하는 문제부터 공감이 갔다. 둘이 마음 맞는 집을 찾는 일도 힘든데 사람이 하나 늘면 당연히 더 힘들어진다. 불만이 생기더라도 누구 하나 나서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게 맞지 싶다. 이요, 수진, 빵가 중에서는 이요 님이 그 담당이셨던 듯 ㅎㅎ 마음에 드는 집이 딱 나와 계약금을 걸어버리고,
가족들과 놀러간 수진 님에게 전화로 다그쳐 동거생활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나도 친구 둘과 같이 집을 구할 때 셋다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 힘들어 마음도 많이 상하고 다 때려치울까 고민도 하다가 마지막에 본 집에 과감히(마음대로) 계약금을 걸어버렸다. 물론 친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덕분에 2년의 동거생활이 가능했다.
두 번째로 공감이 많이 간 부분은 가사 분담. 요리를 즐기는 수진 님이 음식 담당, 깔끔한 빵가 님이 청소 담당, (요리를 못하고 청소를 싫어하는) 이요 님이 설거지와 빨래, 공과금 담당. 그리고 어떤 한 사람에게가사일이 너무 치우친다 싶으면 협의해서 조정하거나 돕기. 나 같은 경우에도 사전에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이 선호하는 집안일이 각각 달라 자연스럽게 분담된 것 같은데, 이 책의 저자들처럼 쓰레기와 화장실 청소는 딱히 당번이 없어서 같이 했던 것 같다. 모두 선호하지 않는 일이라 그런가.. 모르겠다.
가장 공감 갔던 부분은 역시 같이 살면서 생기는 갈등. 남한테 얘기하자면 사소하고, 나중에 돌이켜보면 별일도 아닌데 동거를 파탄으로 몰고갈 수 있는 갈등과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은 나도 익히 경험해본 지라 공감도 가고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이 부분에서는 수진의 조언이 와닿았다. '갈등의 원인을 모두 파헤치고 해결하려 들지 말 것.' 이요의 조언 중에서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쌓아두지 말라'는 말이 공감갔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기도 하니까.
나의 경험을 보태면 '적당한 거리 지키기'를 잘해야 성공적인 동거 생활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함께 있는 시간과 공간만큼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잘 배려하고 사수해야 같이 보내는 시간의 질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듯하다. 꼭 결혼하지 않아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마음맞는 친구가 있다면 동거가 결혼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수진의 말에 깊이 공감했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모임과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라는 이요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거생활을 저자들만큼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과 재미,
결혼이든 친구든 동거생활을 고려중인 사람이라면 깨알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아주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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