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재미 교포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의 삶이 궁금했다. 소설에서는 일본에서 최하층의 삶을 살며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할 수 없었고 파친코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 아이를 교육을 시키고 신분상승을 꾀한다. 이 책은 재일동포 3세가 일본과 한국에 살며 경험하고 고민한 뿌리, 고향, 귀환, 디아스포라, 페미니즘, 인종차별, 혐오의 문제를 12편의 글에 담았다. 저자는 성공회 대학교에서 탈식민주의와 젠더의 관점에서 일본사회, 문화, 재일 조선인, 디아스포라 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친다.
저자의 할아버지처럼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민단 재일동포는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한국적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고향인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다른 이민자들이 받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별적 위치에 처한다. 외국인이 아니므로 한국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2015년 이후에야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고, 한국 남자와 결혼해도 엄마가 자이니치여서 정부로부터 아이 보육료 지원받지 못하고, 코로나 방역에서도 제외된다. 의도적 배제가 아니라 무지와 무관심때문이며, 내국인 중심주의가 아닌 거주를 바탕으로 한 주민권을 주장한다. 저자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디아스포라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해 보인다.
디아스포라는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 타지로 떠돌게 된 사람들이다. 언뜻 세계 각국에 퍼져 사는 이스라엘 민족이나 내란으로 떠도는 난민을 떠올리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정착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한 재일동포들이 있다. 저자는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불평등을 맞닥드린다. 그러나, 연대를 통해 하나씩 불합리함을 고쳐가는 힘을 보여준다.
일본인의 혐오는 생각보다 심각해보인다. 새역모와 일본회의를 중심으로 역사수정주의가 혐오를 조장한다. 기본적으로 종교조직과 정치적 권력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역사를 왜곡하여 교과서를 고치고자 하고, 대동아전쟁 긍정론과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외친다. 역사부정, 국가주의, 도덕적 보수주의, 반페미니즘을 포함하는 신보수주의자 아베의 장기집권 동안 역사인식과 영토문제로 아시아국들과 갈등을 일으킨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혐한에 에너지를 쏟는 정치인과 만화가 하스미 도시코를 비롯한 작가, 언론인들과 넷우익의 헤이트스피치가 존재한다.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쏟고 유지하는 이유는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없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뉴라이트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일본의 평가가 우호적이었음은 예상대로다. 안병직 교수의 제자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치며 일본의 우파와 같은 소리를 낸다. 저자는 왜 전쟁 피해자가 가해자 입장에서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대리인 흉내를 내느냐고 묻는다. 이들이야말로 식민화된 사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미투운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은 처음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가 지국장을 고발했을 때 일본 경찰에 의한 2차 가해와 사법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여론에서 전형적인 피해자상에서 벗어난다는 정상적이지 않은 이유다. 저자는 문제를 개인의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정치성을 희석시키는 일본의 포스트페미니즘을 비판하고,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분위기를 페미니즘이 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한다. 그럼에도 한일간에 동시대적 연대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K문학에서 확산되었다. 이 소설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의 앞서가는 페미니즘에 부러워했다고 하니 약한 연대도 점점 힘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경계를 긋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배타적인 분위기가 개인에서 사회, 국가로 퍼지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3세의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그 원인과 연대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책이다. 각 편의 글은 소논문과 같이 많은 정보와 자료를 참고하였고 비판은 물론 해결책도 제시한다. 더이상 떠돌지 않고 한국에 정착하려는 재일동포의 깊이있는 역사의식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