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호시 신이치(1926-1997, 71세)는 '쇼트-쇼트'라는 분야를 개척했는데, '쇼트-쇼트'는 초단편 소설을 의미한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일본 SF 대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은 1968년작으로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350쪽에 31편이나 되는 초단편을 수록하였다. 가장 짧은 것은 두 쪽 밖에 되지 않는다.
작가의 상상은 장르를 넘나든다. 공상과학처럼 행성과 로봇이 출현하는 미래의 이야기도 있고,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패러디한 이야기도 있고,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괴이한 이야기도 있다.
<상품>은 우주선에 상품 견본을 싣고 여러 행성을 다니며 주문을 받는 세일즈맨 이야기이다. 도착한 행성이 문명이 높은지 낮은지 판단해야하고, 번역기로 소통을 한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시끄러운 상대>는 자신을 사달라고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로봇을 사고 난 주인이 추가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것을 버릴 수도 없고 유지할 수도 없어 난처해한다. 그러나 자신만 손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타인에게도 은근 권하는 인간의 치사한 심리가 잘 나타나있다. <눈의 여자>는 겨울 산장에 찾아오는 설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미쳐가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몽환적이다.
표제작 <마이 국가>는 '나의 나라'를 의미한다. 엉뚱한 설정에 결말도 의아하다. 젊은 은행원이 집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다가 마이국삼이라는 문패가 적힌 집에 들어간다. 주인이 권한 술을 마시자, 은행원은 점차 하반신이 마비되는 것을 느낀다. 걸어나갈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주인은 자신의 나라에 침입한 젊은이를 처형하겠다고 했다가 독립기념일이니 석방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처형하겠다고 여러번 번복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준다. 드디어 석방된 젊은이는 정신이 나가 자신의 나라를 만들 생각에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들어간 앨리스처럼 긴장과 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함이 비슷하다.
반전이 신선하다. <조정>에서 주인은 로봇을 센터에 보내 조정을 받고 돌아오게 하였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말을 듣지 않는다. 불만을 제기하자, 주인의 경솔하고 변덕스러운 단점을 고치기 위해 인간조정센터에 입원하면 된다는 조언을 듣는다. 로봇 뒤에 거대한 조직이 사람을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살짝 두렵다. <취미>에서 인테리어가 취미인 여자가 결혼한다. 여자는 남편이 선물한 그림에 맞추어 집안의 분위기를 차츰 바꿔나가는데, 결국 어울리지 않는 남편을 바꾸기 위해 이혼을 신청한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어처구니 없다.
창작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이 아닐까한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설정이 참신하고 이야기 흐름이 긴장이 있고, 반전이있다. 영화나 좀더 긴 소설의 출발점이 되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을까한다. 배경도 다양하고, 인물도 다양하고, 상황도 기발하고, 결말도 엉뚱하다. 짤막하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반전 매력도 놀랍다. 이야기를 즐긴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