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양의 역사는 그냥 역사책이 아니다.
문양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추이를 면밀히 추적해놓은 화려한 그림자료를 복원해놓은 일종의 디자인 사전이다. (문양의 역사가 그 안에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토록 많은 그림자료가 하나도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의 역사적 가치가 더욱 빛난다. 다시말해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문양의 패턴은 사실상 역사적 기원을 거쳐 각 문화권의 원천으로 소급된다는 말이다. 동유럽의 여행지에서 사온 이국적인 스카프 한장, 동남아의 유명관광지에서 생각없이 사 온 손수건, 지갑, 연필의 오리지널 장식들을 이 책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러고보니 구매해본 적은 없지만 명품 브랜드의 스카프 문양들도 결국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온 지극히 고전적인 가치의 것들인것 같다.(콘스탄티노플의 술레이만1세 무덤의 돔 장식부의 문양을 보라, 눈이 확 뜨인다)
더구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사실은 디카로 찍거나 스캔해서 프린트하는 기술이 없던 당시에 여기에 수록된 모든 문양을 일일이 그리고 석판화로 떠서(그것도 컬러수에 맞춰서) 하나씩 기록해나갔다는 것이다. 무려 2350개에 달하는 복잡하기 그지 없는 문양을 말이다!
한세기도 넘는 시간 전에 이런 방대한 자료의 수집이 면밀히 이루어지고 그림까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겼다니 정말 생각할 수록 대단하다. 아마도 도입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문양의 기록들은 단지 오늘만이 아니라 머나먼 미래까지 영원한 가치를 발하며 새롭게 빛나게 될것같다.
여행 중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에서 켈의 서(The Book of Kell)를 본적이 있다. 그런데 인류가 지닌 고문헌들 중 그 가치가 상당한 이 책에 대한 오웬존스의 설명이 너무나 정확하다는 걸 한국에 돌아와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현장에서 그 책을 봤을 때는 이런 책도 있구나, 오래전에는 이렇게 책을 만들었구나정도의 감흥이엇다면 오웬 존스의 자료(책)를 보면서 켈의 서의 디자인적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이 책의 가치가 바로 이런 점에 있지 않나 싶다.
세계에 산재한 문양과 패턴의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한 이책은 아마 모든 디자이너와 건축가 뿐만아니라 시각적 유희를 즐기는 모든 이들의 품 속 사전이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