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즐겨먹는 가족이 있어
평소 빵집을 자주 찾는 나는
낯선 동네를 지나치게 되면 어김없이 메뉴와 재료를 두루 살피러 들어가보곤 하지만
빵집을 나서는 나의 빵봉지 속엔 매번 채울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또한
담겨져왔다
내가 구하고자 한 건 영양을 두루 갖춘 완성도 높은 빵 한조각이다
간식으로 빵을 마주하며
먹거리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지 않고픈
게으른 나로서는
빵 한조각만으로도 영양적으로 충분한 가치를 발해야했기에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그런
숨겨진 보물창고를 찾아 헤매인 것이다
내가 그간 빵을 진정으로 감싸안지 못한 주된 이유는
빵집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주재료로서의 정제된 하얀 밀가루 빵의 부실한 실체 때문이었다
간식거리나 간단한 식사대용으로 빵을 접하는 나의 경우에는
이러한 불균형을 혼자서는 해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웰빙을 추구하는 주변의 몇몇 이들은
제빵기로 통밀식빵을 손수 만들어먹기도하고
통밀빵을 주문하여 냉동고에 넣어두고 먹기도 하는 걸 지켜보았지만
한정된 메뉴와 신선도에서 내겐 그닥 구미가 당겨오질 않았다
온전한 통밀빵을 꿈꿔오던 어느날 이책은
오븐에서 한껏 부풀다 노랗게 그을린 모습으로 풍만하고 따스하게 다가왔다
나는 오랜동안 부엌에서 실험과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
빵은 단 한번도 구워본적이 없다
실험과 정성은 오랜 동안 저자가 기울여 보여주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책 속에 묻어놓은 저자의 세월과 겸손함이 느껴져왔다
내가 구하고자 한 보석같은 싹이 틔워져 있으니
이제 나는 길잡이가 인도해주고 있는 길을 따라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들여 키워내면 될 것이다
그 열매의 수확과 기쁨은 올곧이 키운자의 몫이니 그저 감사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