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망상
alma007 2009/02/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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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추리소설을 읽으며 나는 능동적으로 생각한다고 여겼다. 미스마플이되어, 코난도일이 되어, 그리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나는 범인을 유추해보고 트릭의 비밀을 찾기 위해 종이를 펼쳐 도표를 그렸다. 그러다보면 소설에서 밝혀지는 진범의 모습과 내가 유추한 인물이 일치하기도하고 달라지기도 한다.
일치할 경우에는 나는 나의 식견에 대해 조금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고 해도 기죽을 이유는 없었다. 작가의 반전에 놀라워하고 그런 놀라운 소설을 쓴 작가의 천재성에 경탄했다.
그렇지만, 나는 소설 속 주인공, 그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갖은적은 없는가. 아가사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살인사건은 아가사의 다른 작품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범행에 관련된 알리바이가 치밀해서가 아니라, 서술트릭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애크로이드살인사건은 화자가 범인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화자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범인이 화자는 독자를 속이기위해 거짓이 아닌 진실을 은페시킨다. 잉크로 쓴 편지에 몇 개의 물방울을 떨어트려 내용에 혼선을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애크로이드살인사건의 트릭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축음기의 녹음과 편지 그것이 전부다. 독자가 눈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면 화자를 의심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독자는 그럴 수 없다. 사실이지만 볼 수 없는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트릭은 아무리 쉬운 훼이크를 쓴다고 해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추리소설은 추리의 기본적 구조, 말하자면 뿌리를 흔들어놓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피에르바야르는 추리의 기본구조와 아가사크리스티의 소설 속 추리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녀가 결말 지은 그 소설에 반론을 제기한다. 과연 범인은 화자였을까? 화자는 독자를 기만한 인물이다. 그 인물의 말을 맹신할 이유가 있는가.
나의 말은 50%가 거짓이다.
나는 그를 죽이지 않았다.
이말은 진실이다.
과연 위의 논제에서 나의 진실은 무엇일까?
피에르 바야르는 우리가 추리소설을 보며(추리가 아닌 다른 문학작품일지라도) 사고 하는가에대해 의문을 품는다. 우리는 그저 작가의 망상을 쫓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피에르바야르는 자신의 글 역시 망상에 대한 또 하나의 망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가 로저애크로이를 죽였는가]는 충격적인 글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이해하고 사고한다고 생각했던 독자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그간 자신이 이해했다고 믿었던 텍스트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 혼돈은 즐겁다.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대해 다시 한번 즐거운 고민을 안겨준다.
진실을 알려주기 보다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이해력을 올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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