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시간의 질서
alma007 2008/05/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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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명백해진 것이 있다면 과거보다 현재의 우리는 '바쁘다, 시간이 없다'를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다.
어른만 그런 줄 알았더니 요즘의 아이들도 그렇다. 하긴 요즘 아이들 보니 바쁘기도 하더만..
시간이란 무엇일까
골치 아프게 1초의 물리적 단위가 어떻게 측정되고 계산되는 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이 어떻게 휘어져서 어떻게 다차원적으로 존재하며 하는 복잡한 이야기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내 손가락을 모래가 빠져나가듯 빠져나가는 시간들,
돌이켜 보면 이십년전이 어제 저녁 일 같이 느껴지는데,
나는 어떤 시간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게 궁금한 것이다.
그렇다고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의 성공한 자의 시간관리법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과 시간이라는 것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사람은 이를 느끼며, 그것이 개인에게는 어떻게 인생이 되는 지,
평소 언뜻 언뜻 느끼는 궁금증이기는 하나, 물리학자도 경영학자도 심리학자도 역사학자도 대답해 줄 수 없는 묘한 문제들,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제들에 대하여
스웨덴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서술가인 보딜예손 교수가 쓴 책이 '시간에 대한 열가지 생각'이다.
보딜옌손은 시간에 대해 20년간 거듭해 온 자신의 고민과 사변을 이 책에 담았는데,
열가지 생각의 주제가 모두 독특하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많지 않은 내용이지만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하나하나 생각해 볼 내용들을 담고 있다.
책에 나온 열가지의 주제를 다 담기는 어려우나
시간과 시간 관리에 대한 그의 주장을 옮겨 보면
계적 측정 단위인 시간, 분 초와 달리
인간의 체험적 시간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그런데 바빠질 수록 그 체험적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고
결국 이것은 빨리 살수록 인생은 훨씬 빠르게 끝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 ^^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부산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것과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전자는 기차 안에서 약 3시간이 넘게 보내는 '통'으로 된 시간을 살고 후자는 비행장에 가고 표를 끊고 대기하고 착석하고 비행하고
등의 불연속적인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분절된 시간을 산 개인에게 있어서는 훨씬 더 시간의 손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시간 관리에 있어 번잡함을 줄이고 평화와 고요를 누리는 시간을 반드시 낼 것,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준비시간을 가질 것등을 권장하는데,
이를 덜 파편화된 시간을 사는 방법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것을 추천하고 있다.
1. 연속된 시간과 구획된 시간의 차이를 인식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둘 사이의 우열관계를 뒤집기는 힘들다
2. 연속된 시간과 구획된 시간은 같은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같은 성격의 시간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3. 자잘하게 쪼개진 시간들을 큰 덩어리로 합치는 방식으로 구획정리를 시도한다.
4. 자신이 소속한 사회 집단 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시간의 구획정리를 시도한다.
즉, 체험적 시간을 길게 늘이려면(길게 산 것처럼 느끼려면 ^^'), 전업주부일 경우 가사일과 자신만의 시간을 구분해야 하고,
직장인의 경우와 회의와 전화와 잡담과 신문보기를 동시에 하지 말고, 전화 상담은 몰아서, 업무는 몰아서 집중해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쁘다 바빠 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 같은 공허한 느낌으로 시달린다ㅡㄴ 것이다.
연속된 시간을 예찬하며 시간 관리법을 제안하는 것이 이책의 전부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이 시공간이라는 주어진 조건에서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고 인생을 충만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들을
적절한 비유와 예, 그리고 저명인사들의 잠언을
제시하면서 문제제기하고 나름대로의 답변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색은 여기에 있다. 물리학자가 인생과 시간, 그리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래서 감히 누구도 구체화하기 어려운 주제들에 대해 통찰력 있는 대화를 독자들에게 시도하는 것, 학문과 실무, 물리학과 심리학,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기꺼이 넘나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얄퍅한 지식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지식과 경륜이 오랜 세월을 거쳐 무르익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책은 스웨덴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 셀러가 되고(음...이런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부럽다), 세계 18개국으로 번역될 수 있었겠고, 좋은 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참.. 끝으로. 책에 보면 독일의 철학자 피터 하인텔이 1990년에 템푸스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그 단체의 목적은 시간을 늘이고 지연시키는 것이라 한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공식 심포지움도 개최하고 회원들이 시간 관리에 관해 주변의 사례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는데, 약 1천명 가량의 회원이 유럽 각지에 산재해 있다 한다. 음.. 재밌는 단체이다. 이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이 '더 빨리 살라, 그러면 인생은 훨씬 더 빨리 끝나리라' 또는 '자주 살핀다고 올리브가 더 빨리 자라지 않는다' 등등이란다..
음.. 그 단체나 가입해 볼까 싶다. 그리고.. 인터넷을 자주 하지 않는 것도 시간을 길게 사는 법이 된다 하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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