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0대에 접어든 아빠이고 딸아이 하나를 두고 있으며 SF와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내가 읽을 가능성이 가장 적은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우연이 마구 겹치는 운명의 장난으로 이책을 읽었다.
때때로 읽기를 멈추기도 했지만 어쨌든 대략 끝까지 읽었다.
이 책에서 내가 본 것은 이미 지나가버렸다고 생각한 나와 내 형제들의 성장기와 현재였다.
나는 2남 1녀의 맏이다. 여동생이 바로 아래고 남동생이 막내다.
나는 동생들에 대한 별 불만이나 다툼 없이 자랐다.
하지만~뭐, 다른 집에 비하면 심하다고까진 할 수 없어도 아무튼 이해할 수 없는 동생들의 불만이 자주 터져나오곤 했다. 물론 지금은 다들 가정을 이루어 따로 살고 있지만.
그런데 많지도 않은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요즘도 반가움과 함께 뭔가 묘한 긴장감이 한편에 도사리고 있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긴장감의 한쪽 끈이 우리 성장기의 저편에 드리워져 있음을 무언중에 인식한다.
하지만 생각해봤자 골치아프고 해결책도 없는데~ 더구나 지난세월을 다시 끌어와서 뭘 어쩌겠냐 싶어 애써 무시해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문제들을 골치아프기는 커녕 차라리 시원하게 들추어내며 앞뒤를 환하게 비추어 주는게 아닌가.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도리어 내 성장기를 반추해가며 무릎을 칠 정도였다. 물론 당장에 어떤 관계변화가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은 지금 내 형제들을 보고 이해하는 내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확실히 느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그네들의 상황과 부분을 역지사지로 들어가 본 덕분이다.
물론 이런 얘길 동생들을 불러놓고 늘어 놓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책을 은근히 권할 예정이다.
특히 동생들 모두 아이가 둘인데 애들 사이의 경쟁과 다툼으로 꽤 골치가 썩는 모양이니 명분도 좋지 않은가~^^
더하여 딸아이와의 에피소드 하나;
초등학교 2년생인 딸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의 갈등을 이 책을 읽고 있던 내게 하소연했다.
예전 같으면 잘잘못을 가리며 이런저런 조언과 해결책을 궁리해서 도와주려 했을텐데 갑자기 이책의 어떤 부분(만화)이 생각나서 딸아이가 친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동안 계속 맞장구만 쳤다.
그러자 정말 책에 나온대로 아이가 스스로 대응방법과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만들어나가지 않는가.
정말 신기했다. 물론 이책의 모든 게 맞거나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것은 다른 관계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